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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어머니들을 더는 투사로 만들지 않는 세상산문 2019. 2. 11. 21:46
평범한 어머니들을 더는 투사로 만들지 않는 세상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을 하다가 이승을 하직한 고 김용균 군의 장례식이 두 달이 되어서야 치렀다. 김 군이 운명을 달리한 후 가장 분개하며 아들의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남은 사람들의 정규화 그리고 외주화 방지를 위한 법의 제정을 호소하며 전사가 된 어머니가 있다.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은 2016년 김 아무개 군의 구의역 스크린 사망 사고 이후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지금의 제1 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구의역 사고도 그렇거니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도 원래의 규정대로 2인 1조로 작업을 시키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 사람이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다. 하지만 태안화력발전소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도 국회에서 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김용균 군의 사고 후 김용균 군의 어머니가 국회 앞에서, 광화문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며 결연한 태도를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법 제정에 대한 압박을 가하자 국회에서는 원래의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통과될 때 유일하게 반대를 한 국회의원이 남자가 아닌 여성 진 아무개 의원이라고 한다. 김용균 군의 어머니가 비통하고 억울한 참척의 슬픔을 겪으며 그토록 처절하고 간절하게 법을 제정해 달라고 했는데도 기업의 편에 서서 반대를 한 국회의원이 여성이라고 하니 착잡하고 허탈할 따름이다.
2018년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의 통과된 후 고 김용균 군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비록 내 아들은 누리지 못했지만 아들한테 고개를 조금이라도 들 수 있는 면목이 생겨 고맙다.”
우리는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서, 거대하고 잔인한 자본의 횡포를 개선하기 위해서, 불공정하고 비인간적인 사회 정치 사회 경제적 불평에 저항하다가 죽은 아들을 보낸 후 어머니가 투사가 되어야 하는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저 집과 일터에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할일만 하다가 아들이 억울하게 죽자 모든 걸 다 버리고 아들을 죽게 한 정치,경제, 체제 등에 오로지 어머니라는 뜨거운 가슴 때문에 투사로 변하는 위대한 모습을 보아왔다.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세월호 참사로 잃은 그리고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군의 어머니가 투사로 나서는 눈물겨운 장면들을 보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불행을 반복해야 되는 걸까? 더는 정말 더는 이런 모습이 아닌 나라에서 살기를 간절히 원한다. 정치, 법, 자본이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대명제를 위해서 존재하고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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