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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무새 죽이기」
    독서 2020. 2. 13. 15:00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작품 김욱동 옮김 열린책들

     

    중국 우한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해서 중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로 번지고 있다. 사람들은 공포심을 느끼며 중국 사람들을 경계하고 혐오까지 한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미국과 맞장을 뜨는 유일한 나라 중국, 겉으로 드러난 현상처럼 찬란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모습에서 적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언론통제로 인한 온갖 흉악한 소문과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주변국은 물론 백인들이 중국은 물론 동양 사람들을 싸잡아 차별하고 혐오하고 있다고 한다. 손홍민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 할 때 기침을 하자 영국인들이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백인들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차별은 유별나고 질기다.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나 평등에 대한 관점도 흑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집단 가학증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앵무새 죽이기」는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차별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이 쓰인 배경은 1930년대 중반 대공황의 경제난 속에서 남부의 앨라배마주의 가난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스카웃(별명)으로 불리는 진 루이즈 핀치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진 전부터 2학년이 될 때까지의 3년 동안에 일어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스카웃에게는 아빠인 판사 에티커스 , 4살 많은 오빠 젬, 남자 친구인 딜 그리고 흑인 가정부인 캘퍼니아와 집 주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는 같은 백인들에게도 계급이 존재한다. 상류층이라 할 수 있는 읍내 사람들. 숲속에 사는 커닝 햄 사람들, 쓰레기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하층인 오두막에 사는 흑인들이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의 수호자인 하나님과 만나는 교회에서 조차 백인들은 흑인들과 같이 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스카웃은 공정과 평등의 신념을 가진 변호사인 아버지의 말과 행동을 보며 바르게 성장해 간다. 오빠 젬과 친구인 딜은 늘 함께 어울리며 호기심과 의문들을 해결한다. 오빠의 계집애라는 유치함을 조롱하는 말을 무시하며 오빠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경험과 감정을 공유한다. 또 흑인 가정부인 캘퍼니아는 2살 때 죽은 엄마를 대신해 따뜻하고 때로는 단호한 규칙을 적용하며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준다.

     

    스카웃의 집 길모퉁이에는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부 래들리라는 사람이 산다. 그 사람은 유령처럼 집안에 있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스카웃, 오빠, 딜은 그 사람과 그 집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온갖 행동을 다해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앵무새 죽이기는 누구를 지칭하며 어떤 의미일까?

    앵무새는 인간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서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이 소설에서 앵무새와 같은 역할를 하는 건 흑인라고 할 수 있다. 흑인들은 백인들을 위해 일하고 적은 대개를 받아 살아간다. 백인들의 것을 훔쳐가지도 않고, 백인들의 집에 침입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백인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고 적은 노동의 대가를 받을 뿐이다.

     

    쓰레기장 근처에 사는 밥 유얼의 딸은 날마다 집 앞을 지나 일을 하러 다니는 흑인 톰 로빈슨을 불러 이런저런 도움을 받는다. 그에게 노동을 대가를 지불한 것은 첫날 5달러뿐이었다. 어느 날 착한 그를 강제로 유혹하여 재미를 보려다가 아버지에게 발각이 되자 강간 혐의로 고소한다. 백인들은 그를 경멸할지언정 배척하지는 않는다. 백인은 깜둥이보다 우월한 존재로 생각하니까.

     

    톰을 변호하는 에티커 판사를 흑인의 애인이라며 조롱하고 어떤 무리들은 그를 죽이려고 몰려가기도 한다. 스카웃, , 딜의 기지로 다행히 그는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죽이려한 백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톰이 밥 유얼의 딸인 메이엘라를 강간하지 않아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들어나지만 백인으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톰의 유죄를 인정한다.

    젬이 배심원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법정에서 백인의 말과 흑인의 말이 서로 엇갈리면 이기는 쪽은 언제나 백인이지. 비열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쩌니.”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들과 결혼에 동남아시아 여인들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가진 편견도 그렇다. 밥 열은 톰 로빈슨이 교도소에서 탈출하려다 총에 맞아 죽는다. 그렇지만 그후에도  유열은 흑인을 변호한 스카웃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마음을 거두지 않는다.

     

    할로윈 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젬과 스카웃을 죽이려고 쫓아오다가 젬과 격투가 벌어졌다. 젬은 팔이 부러졌고, 밥 유얼은 가슴에 부엌칼을 맞고 죽은 채로 발견된다. 팔이 부러져 혼수상태인 젬을 구해준 사람은 동네 사람들의 편견과 아이들이 두려워했던 부 래들리였다. 세 아이가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수포로 돌아갔었는데 결정적인 순간 밖으로 나와 만나게 된다. 그도 이웃들에게 앵무새 취급을 받았지만 젬과 스카웃을 구해준, 결코 앵무새가 아닌 따듯한 마음을 가진 보통 사람이었다.

     

    완벽한 인격을 가진 아버지는 스카웃과 젬에게 인간에 대한 연민, 사랑, 정의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도록 그래서 차별과 혐오가 아닌 평등의 인간성을 심어주는 기준이었고, 기둥이었다. 레이먼드 아저씨는 아버지에 대한 이렇게 말했다

     

    진 루이즈 양, 너희 아빠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는 아직 잘 몰라. 그걸 제대로 깨달으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거야.”

     

    하지만 그런 스카웃의 아버지조차도 여자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흑인마저 감싸 안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버지였지만 스카웃이 왜 여자는 배심원이 될 수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아마 한 사건도 완전하게 처리하지 못할 거다. 여자들은 질문해 대느라고 계속 재판을 방해할 테니까 말이야.”

     

    흑인에 대한 차별도 하지 않고 자신을 죽으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비난을 하지 않는 그가 여자에 대해서는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여성 비하와 차별의 정도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백인들의 의식에는 사람이 있고 그리고 여자가 있는 게 아니었을까?

        

    이 소설의 끝 부분에서 스카웃은 또 다른 앵무새일 수 있는 부 래드리 집에서 늘 바라보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에서 동네를 처음으로 바라본다. 여기에서 아버지가 나의 입장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스카웃이 집으로 돌아가며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나는 오빠와 내가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대수를 빼놓고는 이제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스카웃은 앳되고 오염되지 않은 어린이의 맑은 영혼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 맑은 영혼이 독자들에게 자성의 계기가 되어 차별에 대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면 차별도 줄어들지 않을까?

     

    스카웃이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세월이 흘렀지만 세상은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존재한다. 서양인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고, 국가 간 민족 간 차별과 혐오,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종교적 차별, 민족, 국가 간 차별도 그렇거니와 같은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지역감정도 없어지지 않았다. 요즘에는 세대 간 갈등,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별, 학력,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견고하기만 하다.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처럼 지금 우리도 앵무새 죽이기에 동참하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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