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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조인간에 대한 꿈 「미래의 이브」
    독서 2019. 12. 26. 12:53

     

     

    인조인간에 대한 꿈 미래의 이브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 지음

     

                지금까지 당연한 듯 보였던 남녀의 사랑이 요즘에는 예전과 다른 측면에서조금씩 균열하는 조심도 보인다. 인간이 인간을(남성이 여성을 여성이 남성을) 사랑하는 수천 년 동안의 전통이 현대인들에게는 꼭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요즘 남녀 관계는 새로운 판을 짜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전통적인 가정에서 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가사와 아이들을 키우던 방식이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며 남편과 아내에 대한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되기도 하고, 파열음을 내기도 한다. 좋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일수록 전통적인 가치관을 거부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아이를 낳는 일이나 가사를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잘 나가는 여자들은 아예 결혼을 하려고 하지 않은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내가 왜 결혼해서 남자들에게 밥해주고, 빨래해 주며 살아야 돼?”라는 관점을 가진 여성들이 내 주변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좋은 직장을 가지지 못한 남성들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시류가 한동안 지속될 듯싶고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으로 진입하며 남녀의 관계도 과도기적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살 게 될 때 연애 때의 달달한 기분이나 감정은 잠시이고 서로 다른 가정환경이나 성격 차이 등으로 인해서 짧은 사랑 긴 웬수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 중 용감한 사람들은 이혼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참고 산다. 아이들 때문에라도.

     

     

       이런 측면에서 소설 미래의 이브를 읽기 전 어떤 내용일까 하고 기대를 많이 하고 책을 읽게 되었다. 130여 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발명가인 에디슨에게 도움을 준 에왈드 경이 찾아왔다. 영국의 백작인 애왈드 경은 사랑하는 알리시아에 대해서 말한다.

     

       “그녀는 은사시나무처럼 날씬합니다. 그녀의 태도에는 느긋하고, 감미로운 조화로움이 있습니다. 그녀의 몸매는 가장 훌륭한 조각가들을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튜베로즈(수선화의 구근으로 멕시코가 원산지인 흰색 꽃. 꽃말은 위험한 쾌락) 그 창백함은 그녀의 육체에 풍만함을 덧입혔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달걀형이고, 그 얼굴 위에 잔혹한 입술이 이슬에 흠뻑 취한 핏빛 카네이션처럼 피어 있습니다. 입술 양 옆에 깊은 보조개가 생겨 어린 짐승의 이빨처럼 반짝이는 치아가 드러납니다.”

     

       이런 여자라면 어느 남자가 반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여자는 에왈드 경에게는 치명적으로 생각되는 단점이 있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볼 때나 그녀의 말을 들을 때, 저는 그녀가 마치 더럽혀진 신전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반역, 만행, 그리고 핏빛 횃불로 더렵혀진 것이 아니라 탐욕스러운 자만심, 소심한 우선, 공허하고 기계적인 정절, 무의시적인 냉담, 불신에서 온 미신 등으로 더렵혀진 신전과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에왈드 경은 알리시아를 저열한 물욕과 정신의 빈곤 세속적 대중적인 것에만 관심 있는 인격에 대해 실망을 넘어 경멸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증오하고 자학하게 된다.

     

       “저는 사랑을 하는 남자가 아니라 포로입니다. 저는 아주 끔찍한 환멸을 남겼습니다. 이 음울한 여자가 나에게 베풀어준 기쁨과 즐거움은 죽음보다 더 쓰디쓴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입맞춤이 제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것은 오로지 자살에 대한 욕구뿐입니다.”

     

       에왈드는 알리사의 육체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 그녀의 지적 능력을 경멸하게 된다. 당연히 알리사와 헤어져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경멸과 사랑의 감정을 가진 채 괴로워한다. 그런 자신에 대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자살밖에 없다며 에디슨에게 작별인사를 하러왔다고 말한다. 에디슨은 그런 여자 때문에 죽으려고 하느냐고 하면서 자기가 육체는 알리와 똑같지만 지적으로 탁월한 안드로이드(기계인간)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에디슨에게는 사업을 하는 에드워드 앤더슨이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블린이라는 무용수의 유혹에 넘어가 사업이 망하게 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의 아내는 기면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 에디슨은 이블린이라는 여자를 증오하며 친구의 아내를 치료해 준다. 에디슨은 이블린을 남자를 타락시키고 죽음으로 몰아넣은 악마로 생각한다.

     

       “그녀들에게 애정 능력조차 결핍되어 있고, 파괴시키거나 타락시키는 것에만 열의가 있습니다.”

     

       그는 이블린 같는 저열한 여자들을 대신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만들 준비를 해 두었다. 에왈드에게 사랑에 빠지다는 것은 자기만의 착각에 빠지는 것이고, 인공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요컨대 한 인간의 혼을 변화시켜 구제해줄 수 있는 전기적인 창조를 공식화할 수 있다면, ‘과학으로부터 사랑의 방정식을 끌어내 보도록 합시다.”

     

       에디슨은 3주 만에 알리사보다 완벽한 또 하나의 알리사인 아달리를 완성하게 된다. 에왈드는 드디어 아달리를 통해 완벽한 알리사를 단 한 시간 정도 접한 후 에디슨에게 말한다.

     

       “마법사 에디슨 씨! 이번 전대미문의 빛나는 사건의 기념으로 이것을 받아주세요! 당연히 당신의 것입니다. 무기를 던지고 항복합니다.”

     

     

       에왈드 경은 사랑하는 여자의 육체와 지적 능력의 불일치인 여자에게서 받은 실망과 그러면서도 마음에서 지워버릴 지 못한 여자에 대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준 에디슨에게 감사하고 떠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된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사랑하는 남녀의 이혼 사유 중에서 성격의 불일치로 인한 것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게 되면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가 만들어지고, 인간과 인조인간이 사랑하게 된다면 사람은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미래의 사람과 인조인간과 사랑에 대한 문제를 던지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에왈드 경은 대단히 만족했지만…….

     

       이 소설은 130여년에 출간되어서인지 여자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여자를 남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도구적이고 수단적인 대상으로 바라본다. 유색인종에 대한 일상화된 사고방식도 그래도 드러나 있다.

     

        “지금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우리와 같은 인종의 여성들뿐입니다. 카피르 여자라든가 폴리네시아 여자, 터키 여자라든가 중국 여자, 또 아리카 인디언 여자, 그런 여자들을 진지하게 논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을 마누라선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 소설의 대부분이 안드로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내용과 애왈드 경의 안드로이에 대한 우려, 그 우려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에디슨의 설명으로 이루여져 있다. 470쪽이 넘는 긴 소설이라 쉽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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