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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에 내장산을 가다그곳에 가면 2020. 11. 2. 12:54
내장산은 원래 본사 영은사(本寺 靈隱寺)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고 불리었으나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하여 내장(內藏)산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지명도 내장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우리나라 단풍명소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장소가 바로 내장산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서 단풍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단풍철에 내장산을 가려면 차가 너무 밀려 큰 용기가 필요하다. 거리에서 한두 시간은 기다릴 작정을 하지 않으면 내장산의 빼어난 단풍을 만날 수 없다.
내장산에 가려고 가까이 갔다가 차가 밀려 오도가지 못하는 모습에 질려 되돌아 온 뒤로 다시는 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사람들이 붐비기 전 아침 일찍 도착하려고 어둠이 물러나지 않은 새벽에 집을 나섰다. 아침 일찍 도착하니 다행히 사람이 적어 차를 주차하는 데도 별 어려움 없었다. 주차비 10000원을 주어야 했지만.
내장사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었지만 걸으면서 단풍을 구경하려고 천천히 내장사 쪽으로 걸었다. 입구의 단풍나무는 아직 물이 들지 않았지만 안으로 갈수록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이미 떨어져서 나무 밑에 수북하게 쌓인 단풍잎들도 만날 수 있었다. 밤새 떨어졌는지 붉고 노란 선명한 색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아름답다.
여름의 긴 장마 뒤 가을 가뭄 때문인지 단풍잎의 색깔이 그다지 곱지는 않았지만 여름철의 푸른 기운을 잃고 물들어가는 잎들의 처연한 아름다움은 막 뜨기 시작하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잎의 생이 찰나처럼 지나가는 순간이지만 그 생이 지는 모습은 찬란하다. 인간의 긴 생이 질 때도 단풍잎처럼 곱게 고통 없이 지면 좋으련만 인간의 마지막을 너무 고통스럽고 추하니 긴 생을 산 대가라고 해야 할지……
관광지에 가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특산품을 파는데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 지역을 찾은 작은 성의 때문이라고 할까? 튀긴 인삼과 추억의 국화빵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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