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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2주년산문 2021. 3. 1. 12:47
3.1운동 102주년을 맞는 날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탑골공원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모습을 TV로 보았다.
아직도 우리는 그때 조상의 외침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분단된 나라,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는 나라, 일본에게 끊임없이 조롱당하고
있는 나라, 우리의 문화마저 종속시켜려는 중국에 둘러싸여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국내적으로는 토착 왜구라 불리는 일본 추종 세력과 언론들 그리고 이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필코 자주독립의 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저항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보며 조상들의 애국심과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비가 내렸지만 태극기를 달았다.
독립선언문 첫 구절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무서운 시간
윤동주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요.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적은 길을 걸어서 참아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물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야,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아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남한산성
이육사
넌 제왕(帝王)에 길들인 교룡(蛟龍)
화석(化石) 되는 마음에 이끼가 끼어
승천하는 꿈을 길러 준 열수(洌水)
목이 째지라 울어예 가도
저녁 놀빛을 걷어 올리고
어디 비바람 있음직도 않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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