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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독서 2021. 3. 7. 16:03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 하르트 슐링크
15살 미하엘 베르크와 36살의 한나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성숙한 여성의 스타킹 신는 모습을 보게 된
후 그 모습이 각인된 15살.
그리하여 다시 한나의 집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운명적 사랑.
15살 소년과 36살 여성의 사랑은 그렇게 싹트고
사랑을 나눈 후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미하엘.
한나는 갑작스럽게 행방을 감추고 그들의 사랑은 짧게
끝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미하엘은 그 사랑을 잊을 수 없었다.
우연히 재판정에서 다시 한나를 보게 된 미하엘.
한나는 나치 수용소에서 유대인을 감시하던 사람이었다.
전범이 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재판정에서 미하엘은 한나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한나를 면회하러 가지 않았다. 또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은 견고하다. 15살 그녀와의 사랑에 대한 기억 때문에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다. 누구도 그의 마음에서 그녀만큼
사랑의 감정을 일으킬 수 없었다.
심지어 처음 한나가 스타킹을 신던 모습을 본 후 여자 친구에게
그 스타킹 신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지만 한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던 장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몸의 안쪽으로 들어가 앉아 자신의 자체에
, 그리고 머리가 내리는 어떤 명령에도 방해받지 않는 그 나름의
조용한 리듬에 내맡긴 채 외부 세계를 잊어버린 듯이 보였다. 바로
이와 같은 외부 세계에 대한 망각이 그녀가 스타킹을 신을 때의
모든 태도와 몸놀림에도 깃들어 있었다.’
이런 한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미하엘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내인 게르트루트와 포옹하며 그는 이질감을
느낀다.
‘그녀의 손길이나 감촉, 그녀의 냄새와 그녀의 맛, 그것은 내가 찾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것이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미하엘 베르크는 결국 이혼하게 된다.
한나는 자신이 글을 모른다는 것을 가장 비밀스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때문에 재판정에서 자신이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죄를 뒤집어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혼을 한 후 미하엘은 한나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며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보낸다. 한나를 위해서 책을 읽었다고 했지만 그런 행동을 어쩌면 자신을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에덴동산 같았던 사랑의 추억을 상기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행위였다.
한나는 자신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비밀(자신이 나치 수용소
에서 활동했던 사실보다도 수치스러웠던), 문맹을 벗어나기 위해 녹음 테이프를
반복해 들으며 책에서 한 글자씩 알아가며 글을 깨우치게 된다.
글을 깨우친 후 가장 자랑하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미하엘이었다.
미하엘이 카세트테이프를 보내기 시작한 4년 후 그가 받은 첫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꼬마야, 지난번 이야기는 정말 멋졌어. 고마워. 한나가.”
그 후에도 편지가 왔지만 미하엘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고, 면회도 가지
않았다. 그는 단지 어린 시절의 사랑 속에 머물고 싶었고, 어린 시절의 소통방식에
그녀를 가두고 있었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녀와 이야기하는
내 방식이었다.’
한나가 가석방되기 전 처음으로 미하엘은 교도소로 가서 그녀를 만났다.
다음날, 그가 그녀를 데리러 갔을 때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글을 읽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끝내 외면했던 미하엘을
따라나설 수 없었다. 나치에서 활동했던 것보다 더 수치스러웠던 문맹을
극복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미하엘을 그녀 역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카세트테이프가 아닌 편지를 단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그녀는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하엘은 한나를 한때 격렬하게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한나에게는 그 사랑이 자신을 지탱하는
생명줄이었을 것이고, 미하엘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사랑이었다. 두 사람의 정지된 사람은 박제된
사랑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나에게는 꼬마로, 미하엘에게는 어린 시절
열병에 데인 채로 치유되지 않은 사랑이었다.
※ 「책 읽어주는 남자」는 영화 ‘더 리더’로 만들어졌다.
책을 읽고 영화로 본다면 상상 속의 장면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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