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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태 단편소설「늙은신 어머니의 향기」독서 2023. 5. 21. 13:22
‘아파트 현관문을 따고 들어서자 어머니 냄새가 포연(砲煙)
처럼 훅 기습해 왔다. 나는 역겨움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납작하게 일그러졌다. 냄새는 순식간에 공격하듯
온몸에 달라붙었다. 어머니 냄새는 너무도 강렬해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
이 악취 때문에 아내는 일주일째 혼자 사는 언니 병구완을
한다는 핑계로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화자의 아내는
시어머니에게서 두엄 썩는 냄새, 제초제 냄새를 맡는 것
같아서 식욕도 떨어지고, 머리가 아파서 병이 날 것 같다고
한다. 심지어 바이러스 같다고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두려움
을 느끼고 있다.
어머니가 노인정에 가 있는 동안 나는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하지만 어머니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내는 어머니의 진원지가 어머니의 욕심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었다. 생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몸에 좋다는 개,
붕어, 흑염소, 고양이 고(膏 )까지 챙겨 먹고 있고, 헌
옷을 다 없애버리고 새 옷을 사 입는 욕심까지 부린다고
말한다.
아내가 언니 집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의 냄새는
점점 더 강하게 집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화자가 어릴
적 어머니 냄새를 맡으면 배고픔도, 추위도 다 잊을 만큼
마술 같았던 냄새가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돼서 아내와 나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화자는 아내가 없는 집안에서 점점 강해지는 어머니의
냄새를 약화시키기 위해 동생에게
돈까지 주며 한 달 동안만 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라고 부탁
하고, 아내를 데리고 온다.
아내와 집안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청소, 빨래 등을
작전을 수행하듯 해치운다.
어머니의 방을 청소하다가 반닫이에서 아내가 찾아낸 낡은
무명 보따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훅 풍겼다. 그 속에서
어머니가 사용하던 녹슨 호미, 손저울, 함석 젓 주걱, 되,
빛바랜 수첩 등이 나왔다.
‘나는 호미를 들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손때 먹은 자루에서
서는 시지근한 땀 냄새가 났고 녹슨 날에서는 비릿한 녹내
가 났다. - 그 냄새들이 아우성치며 내 뼛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 나는 그때서야 어머니 냄새의 진원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물건들을 버려야 한다는 아내와 다투고 있을 때 동생이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이 소설에서 어머니가 소중하게 간직한 보따리 속 물건들이
악취의 진원지였다는 결론은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아내와 내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가
반닫이 속에 들어 있는 물건들에서 나와 집안을 지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사체나 유기물이 썩어서
악취가 난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은 물기 없는 호미, 저울, 주걱 등이다. 거기에서 악취가
나와 부부를 참을 수 없다는 설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 냄새가 갑자기
화자를 ‘불꽃처럼 따뜻하게 만들고, 심지어 화자를 냄새의 한 부분
이라도 되는 듯 했다는 결말은
지나친 비약이고 억지 같아서 공감하기 어려웠다.
소설에서 보따리 속 물건들이 악취의 진원지라는 화자의
단정은 설득력이 떨어졌고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소설 속 악취는 화자가 만들어낸 가공의 냄새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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