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의 소설「착한 여자」독서 2023. 4. 27. 16:42
」
‘정인은 그의 따뜻한 손바닥을 느끼면서 그에게 끌리듯
걸어간다. 걸어가면서 그녀는 기도한다. 아마 기도였을
것이다. 하느님, 하느님이라고 불러도 좋은 분이 계신다
면…… 제게 다시는 벌을 내리지 말아주세요. …… 하고.
그런데 하느님은, 하느님이라고 불러도 좋은 분이 계시
다면 그는 과연 들었을까.’
정인은 남호영에게 가로등 아래서 갑자기 포옹을 당한 후
하느님을 간절히 불렀다. 다시는 현준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그렇지만 호영은 화실과 7년을 동거했고, 다른 두 여자와
관계가 있는 염치없고, 무능한 사람이었다. 여자들에게
빌붙어서 살다가 그걸 견디지 못하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인지 아니면 욕구를 충족하는 그런 생활을 한다. 그는
4명의 여자를 거치며 소설을 쓰고 있지만, 한 권도 완성하지
못한 소설 속의 표현대로 ‘예술적 결벽주의자’일까 아니면
자질도 능력도 안 되는 무능한 사람이었을까.
남호영이 미송의 출판사에서 숙식하다가 정인이 그의 포옹을
받아들이자 바로 정인의 작은 방으로 와 동거한다. 그걸 화실이
알고 정인을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미련은 없지만, 결코 평생 동안 용서하지 않겠다고 전해주세요.”
그렇지만 그건 화실이 호영에 대한 미련을 에둘러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호영의 남자관계가 들통난 후 정인의 집에서
나간 후 둘은 결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정인은 듣게 된다.
정인, 미송, 명수, 현준은 한동네에서 자랐다. 정인의 엄마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저수지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명수도 두 어머니를 겪으며 자랐다. 명수는 정인을
어려서부터 지극히 생각하고 돌봐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한시도 잊지 못하고 마음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의사가 되었고, 미송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를 운영한다. 정인은 현준과 결혼해서 아들을 두었는데,
현준은 정인이 명수를 사랑하고 있다면 끊임없이 괴롭히며
폭력을 가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어느 날 정인의 그의
폭력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무조건 집을 나온다. 정인이
현준에게 폭행을 당하고 미송의 출판사로 온 후 호영이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런 따뜻함이 정인이 호영을 포옹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에게 간절한 기도를 한 후 동거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약자에게는 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듯이 정인의 기도에 답하지 않았다. 호영이 회실과
관계가 들통난 후 정인에게서 도망친다. 한 달 후 돌아와
호영이 그의 물건을 가지고 간 후 정인은 팔을 그어 생을
마치려고 한다. 그때 명수가 미송에게 이상하다면
정인에게 가 보라고 했고, 미송이 정인의 방으로 와서
사경을 헤매는 정인을 발견하게 된다.
정인은 호영과 동거 중에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받으면서 그 사실을 명수와
미송이 알게 된다. 정인은 그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다.
명수는 좋은 조건을 가진 연주와 결혼하지만, 연주 역시
현준처럼 명수가 정인을 사랑한다며 수시로 토라지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미국으로 간다. 명수도
나중에 미국으로 따라가지만 둘은 이혼하고 만다.
그러는 사이에도 명수에 정인에 대한 덤덤한 듯,
아니 간절한 관심은 한시도 정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정인은 밥하고, 빨래하고, 아기 잘 돌보는
(정인의 생각에 정말 쓸모없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재주를 살려서 ‘사람이 사는 집’을 책임지는 대표를
맡게 되고, 명수가 다시 돌아오며 정인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그를 맞으러 가며
소설은 끝난다.
정인과 명수는 사랑하면서도 서로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불씨로 남긴 채 살아가는데,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 그 불씨가 현준, 호영, 연주마저 불행하게
만들었다.
남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니까 사랑하면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가슴에만 담고 살면 두 사람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정인은 이 소설의 제목처럼
「착한 여자」였을까?
아니면 안타까운 여자였을까?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순태 단편소설「늙은신 어머니의 향기」 (0) 2023.05.21 김훈의 단편소설 「화장」 (0) 2023.05.19 전경린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0) 2023.03.17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0) 2022.12.21 쥘 르나르의 소설 「홍당무」 (0)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