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전경린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독서 2023. 3. 17. 17:19

     

     

    소설의 제목 유리로 만든 배에서 받는 느낌은?

     

    외부에서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불편함, 개인의 감정이나

    내밀한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거나 까발려짐.

    낯선 바다를 떠도네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드는

    환경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부유할 것 같은 삶.

    이런 것들이 연상되었다.

     

     

    주인공 김은령은 불문과를 졸업한 25살의 여성이다.

    15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편과 재혼하고, 아기를 낳은 엄마와 의붓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탈출하듯 거기를 벗어났다.

    철없는 엄마, 엄마보다 나이가 너무 많은 의붓아버지,

    그런 가정이, 은령의 의식 속에는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찝찝하고 불편한 의식 속에서 수시로 꿈틀댄다.

     

    지방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여성 구성작가를 정규직 아나운서 등이

    성희롱하고, 몸을 접촉하려고 수시로 시도하는 행동에

    어떻게 대처할지 망설여지고 난감하다.

     

    한 시인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 섭외한 후 PD에게

    소개하자 PD가 말한다.

    도대체 이런 시를 방송에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그는 시집을 탁 내던지며 마지막으로 한마다 더 하고 방을 나갔다.

    지 에미가 씹년이니까, 지가 낳지. 그걸 가지고 왜 씹씹 거리면서

    씹어, 씹긴.”

    ----

    그는 나의 어깨를 붙잡더니 우연처럼 팔을 죽 쓰다듬었다.

    그리고 건들거리며 말했다.

    혹시 그 시인이라는 사람과 연애 걸린 거 아냐?”

     

    은령은 유경 시인을 만나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후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유경과 같이 살던 애인은 7개월 전에 집에서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애인이 되었지만 육체적

    관계를 맺지 않은 채 데면데면 그렇지만 간절하게 무언가가

    두 사람을 연결해 준다. 그사이 유경의 친구 이진이 무작정

    은령을 덮친다. 은령은 그를 거부하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오히려 이진의 욕정에 자신의 욕망을 섞는다.

    유경에게 별로 미안한 마음이 없다. 유경과 몸을 섞으려 하지만,

    유경은 은령의 몸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윤령에게 성적 윤리나

    부끄러움은 없다. 몸은 이진을 받아들이고, 의식은 유경에

    머물러 있다. 작가의 말대로 은령은 여행하는 여자일 뿐이다.

     

     

    은령에게는 결혼하려던 남자, 선모가 있었다. 선모 부모가

    은령의 가족 형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대하는 바람에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선모는 은령을 포기하지 않고

    찾아오고 전화를 한다. 은령은 이미 마음에서 지워버렸다.

     

    은령은 선모, 유경, 이진 사이에서, 제목처럼 권태롭고 건조하며

    불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나이 불과 25!

    25살이지만 그녀의 생각과 행동은 40살은 족히 된 것처럼

    느껴진다. 25살이라면 아직 풋풋하고, 생기 있고, 삶에 대한

    희망 아니면 최소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고, 조금은 철없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늙은 의붓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사랑하며, 47살에 아이까지 낳은 엄마와 생활하면서

    이미 삶에 대한 길을 잃어버린 듯하다. 은령은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떠돌고 있는 부초일 뿐.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25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매사가 그렇듯이 스물다섯 살의 여자 역시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결혼하는 여자와 여행하는 여자 그것은

    현실의 강박적 요구에 대한 역시 강박증적 욕망일 것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