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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독서 2022. 9. 14. 13:27
첫사랑!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못 잊는다’라는 말처럼 블라디미르의 첫사랑도 희열,
환희, 열정, 설렘으로 한바탕 불꽃으로 타올랐지만
나중에는 놀람, 실망, 아픔으로 끝을 맺는다.
모스크바에서 별장으로 와 지내는 블라디미르 곁채에
몰락한 공작부인이 딸과 함께 이사를 오면서 열여섯 살
블라디미르의 첫사랑이 시작된다.
‘나는 다른 모든 것을 잊고 그 날씬한 몸매며 가느다란 목과
예쁜 손, 하얀 수건 밑으로 보이는 약간 헝클어진 금발이며
반쯤 감긴 영리해 보이는 눈과 속눈썹, 그 밑의 갸름한 볼,
이런 것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16살 소년은 21살 지나이다에게 빠져들었다.
지나이다의 집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늘 모여있다.
백작, 시인, 의사 등,
그녀는 그들을 장난감 다루듯이 희롱하고, 장난치고,
나무라고, 호령하며 공주처럼 행동한다. 청년들은 그런
지나이다에게 복종하며 기꺼이 그녀의 말과 지시에 따른다.
블라디미르는 생쥐가 풀 방구리 드나들 듯 지나이다의 집에
드나들며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하고,
사랑을 얻어보려고 한다. 담장 위에서 뛰어내려 보라는
그녀의 말에 4m나 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호주머니에
칼을 넣어 가지고 가는 극단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늘 어린애 취급을 한다.
그녀가 해 주는 스킨십이나 키스도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누는 사랑의 행위가 아니다.
어느 날 블라디미르는 아버지가 지나이다와 말을
타는 모습, 밤에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설마,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지나이다가 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위에서 내려다보아야 하는 그런 남자를
사랑할 수 없어요. 내게는 나를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지나이다를 채찍으로 때린다.
‘지나이다는 부르르 몸을 떨고는 말없이 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기 손을 천천히 입술로 가져가서
뻘겋게 달아오른 손에 난 채찍 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은 평소 남자들에게 군림하던 표정과 눈빛이
아니었다. 블라디미르는 생각했다.
‘그 여자가 매를 맞다니.’
‘매를 맞다니……. 매를 맞다니…….’
블라디미르는 그 모습을 본 후,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서 있었다.
그는 깨닫게 된다.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를 맞아도 분개하지 않고 참을 수
있다는 것. 사랑에 빠지면 그럴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블라디미르는 비로소 사랑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
흥분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사랑에서 벗어난다.
블라디미르가 대학에 입학한 지 반년 만에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브라디미르의 아버지는 지나이다를 사랑하며 행복했고,
또 독을 맛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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