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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소설 「부석사」새와 나무 2023. 5. 31. 19:44
“부석은 무량수전 뒤에 있다는 군요. 정말로 돌이 떠 있는지
...... 실과 바늘이 드나들 만큼 두 개의 부석 사이가 떠
있다는데.”
이 말속에 단편소설 「부석사」에 대한 의미와 결말 그리고
p와 여자에 대한 관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남자 p(앞부분에 나온 p와 뒷부분에
나온 p가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두 사람이 같은 오피스텔에
살면서도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니까 아닌 듯)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p와 사귀던 k라는 여자도 다른 남자와 결혼
하자 그도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p가 남의 밭에서 상추를
훔치는 장면을 여자가 발견하면서 겨울이 올 때까지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채소를 나누어 가지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
1월 1일 여자는 뜬금없이 남자에게 부석사에 가지고 인터폰을
하고, 남자는 망설이다가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다. 둘은 서로
부석처럼 서로서로 닿을 수 없는 자신만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지만, 부석사를 찾아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길을 잃고 차가
바로 길 아래 낭떠러지가 있는 곳에 바퀴가 빠져 멈추게 된다.
차를 돌릴 수도 없는 좁은 길, 두 사람은 그런 관계다.
되돌릴 수도, 전진도 후진도 할 수 없는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서로 사랑하지도, 무관심도 아닌 ‘바늘과 실이 들어가는 부석’
인 채로 절의 범종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희미한 범종 소리가 눈을 뜨지 못하는 그의 귀에 머문다.
그들이 찾지 못한 부석사 바로 근처에 있는 겐가. 그녀도
범종 소리를 들었는지 손을 뻗어 첼로 소리를 줄인다. 종소리가
눈발 속의 골짜기를 거쳐 그들을 에워싼다.’
‘부석사의 포개져 있는 두 개의 돌은 닿지 않고 떠 있는 것일
까. 커피를 들지 않은 한 손으로 자꾸만 자신의 얼굴을
쓸어 내리고 있다. 그녀는 문득 잠든 그와 자신이 부석처럼
느껴진다.’
‘지도에는 없는 산길 낭떠러지 앞의 흰 자동차 앞유리창에는
희끗희끗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어령은 이 소설에 대해 극찬을 했다.
‘신경숙의 〈부석사〉 음악적이고 회화적인 두 요소를 구사하여,
서사 예술의 차원을 한 단계 높여 준 수작이다. 음악적이라고
한 것은 시점바꾸기(shifting point of view)의 대위법으로,
한 남녀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간 구성상의 특성이요, 회화적
이라고 한 것은 ‘떠 있는 돌(浮石)’이라는 당착어적(撞着語的)
인 인간관계의 미묘한 내면을 시각화한 설정을 두고 한 소리
이다.’
글쎄……?
이런 현학적인 이어령 선생님의 서평에 과연 몇 사람이나
이해하고 또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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