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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체국 앞 소나기
    평행선 눈 2023. 8. 23. 11:24

     

     

     

    얼마 되지 않은 시절 우체국은 소식을 주고받는 유일한 곳이

    었다. 군대에 간 아들, 서울로 돈 벌러 간 딸, 연인들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면 소재지에 우체국은

    정보 전달 수단으로써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빨간 가방을 멘

    우체부(집배원)를 문 앞에서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던 시절은

    이제는 전설이 되었다.

     

     

    지금은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는 사람도 거의 없고, 부모, 친구,

    연인 등에게 문자나 영상으로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기껏해야 관공서의 고지서, 신용카드 요금 등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사용하고 있고, 거리의 공중전화도 사라졌고,

    우체통은 유물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은 택배를 보내기 위해 가끔 가고 있다.

    오늘도 택배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갔다. 택배를 보내고

    밖으로 나오니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체국에 들어가기

    전에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그사이 소나기로

    변해 굵은 빗줄기를 쏟아지고 있었다. 차를 우체국 앞마당에

    주차하지 못하고 옆 농협에 세워두었는데 거기까지 뛰어가도

    온몸이 다 젖을 정도로 소나기가 쏟아져서 비가 조금 멈추면

    가려고 서 있는데, 우체국에서 한 직원이 우산을 가지고 와서

    차에 우산 있으세요? 이거 쓰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아파트 위아래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관심조차 없고,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고 메마르고, 무관심하게 생활하는 세상이다. 묻지 마

    칼부림으로 자신과 아무런 원한이나 관계가 없는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방치

    하거나 죽이기까지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험한 세상

    이 되고 말았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 우산을 가지고 나와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어 감동하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그 사람이 정말 고마웠다. 차로 가서 내 우산을 쓰고

    돌아와 우체국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사람에게 날개를

    단 각시탈단편소설 집을 내밀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이거 제가 쓴 부족한 책이지만 드릴게요.”

     

    그 사람이 주었던 우산을 받으며 느꼈던 따뜻한 마음의

    바이러스가 나를 통해 누구에겐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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