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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연속해서 비가 내렸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숲길을
적실만큼은 내렸다. 겨울에 그다지 큰 추위는 없었지만
숲속 활엽수들은 잎을 다 내려놓고 맨몸으로 겨울을 난 채
가지 끝에는 새싹을 품고 봄을 기다라며 서 있다. 내리는
비를 맞고 가녀린 가지에 빗방울이 맺혀 투명한 자태로
반짝이고 있다.
비가 며칠 계속 내리자 바위, 돌, 썩은 나무, 살아있는 나무에
붙은 이끼가 살아나고 있다. 파릇하게 먼저 살아나고 있는 이끼가
봄을 알리고 있다. 어쩌다 조금 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면
땅에 쌓인 낙엽들이 소리를 낸다. 짧은 생을 마치고 땅 위에 누운
낙엽들이 내는 소리가 봄비를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걸으니 이은하의 ‘봄비’가 생각나서 흥얼거려
본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그때 그날은 그때 그날은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오늘 이 시간 오늘 이 시간
너무 아쉬워
서로가 웃으면서 창밖을 보네.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비가 되어 가슴 적시네.
허스키한 목소리에 마력이 있는 이은하의 봄비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적셨듯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깊이 잠들었던 이끼를
깨워 마르고 삭막한 숲이 깨어나고 있다.
황사와 먼지가 뒤덮여 희뿌연 대지, 산불로 순식간에 생명들이
사라지는 봄이 아니라 가끔 봄비가 내려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마신 나무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사람이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 무척 답답하고 암울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당한 유가족들이 혹한 속에 오체투지를 하며,
채 상병 유족과 그때 채 상병을 구하지 못한 동료 분모가
사건의 진실을 알게 해 달라고 울고 있다.
경제의 침체,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은 불안하다. 하루 빨리 상식이 일반화되는 나라가 되어
봄비에 이끼가 살아나듯 힘 없는 서민들도 부자들처럼
행복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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