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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간(行間)의 오류
    단편 2024. 3. 9. 13:55

     

     

    영천은 의자에서 일어서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기지개를 켰다.

    찌뿌둥한 몸에서 오래된 돌쩌귀가 삐걱거리듯 소리가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직원들이 어느새 다 퇴근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요즘 MZ 세대들은 참 시크하게 사는구나부럽다.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다 퇴근했구나!’

     

    아파트 문을 열려고 하니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며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차가운 문에 이마를 기댔다.

    금속의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그 자세로 벨을 눌렀다. 응답이 없다. 다시 한번 눌렀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뒤로 물러나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폰 꺼내 note에서 비밀번호를 확인했다.

    ‘7438’

     

    간첩들의 암호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집에 연주가 없었다.

    약간 허기가 느껴져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은 검은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다.

    냉장고 안 비밀에 쌓인 그것들의 알 수 없는 정체, 혼돈!

     

    라면을 끓였다. 매운 신라면을!

     

    불을 켜지 않고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눈이 부셨다.

    얼굴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

    연주가 왔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쇼핑백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뭐 해?”

    ……

    어디 아파?”

    늦었네? 저녁은?”

    친구하고.”

    그래?”

     

    가요무대가 진행 중이었다.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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