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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새를 찾아서 부여 나래공원
    그곳에 가면 2024. 10. 3. 10:12

     

     

    억새는 산등성에도 피고, 길가에도 피고,

    들길에서도 피어 지나는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든다.

    가을 정취를 잘 나타내는 풀로 가녀린 몸매로 하얀 꽃을

    피우고 흔들릴 때 지켜보는 사람의 감성도 함께 흔든다.

     

     

    억새가 무리로 해를 등지고 흔들리며 반짝일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무더기로 핀 억새를 보려면 산에 가야 하는데

    백마강 생태공원인 나래공원에는 평평한 넓은 들판에서

    무더기로 피어난 억새를 만날 수 있다.

     

       갈대 섰던 풍경

                                김춘수

     

    이 한밤에

    푸른 달빛을 이고

    어찌하여 저 들판이

    저리도 울고 있는가

     

    낮 동안 그렇게도 쏘대던 바람이

    어찌하여

    저 들판에 와서는

    또 저렇게도 슬피 우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다보다 고요하던 저 들판이

    어찌하여 이 한밤에

    서러운 짐승처럼 울고 있는가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억새풀

                                              도종환

     

    당신이 떠나실 때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 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신 마음들은 이런 저녁 모두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억새꽃

                                              오세영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일렁임,

    억새꽃은 흘러흘러

    어디를 가나

    위로위로 거슬로 산등성 올라

    어디를 가나

    물의 아름다움이 환생해 꽃이라면

    억새꽃은 정녕

    하늘로 흐르는 강물이다

     

    흔들리는 것은 억새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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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건 억새만이 아니다

    슬플 때, 분할 때, 억울할 때 ……

    우리 같이 흔들리자

    은빛으로 억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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