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창 용궐산 하늘길을 걸으며그곳에 가면 2024. 10. 23. 17:09
용궐산 하늘길
용궐산 하늘길은 용여암이라는 커다란 바위 절벽에
1,096m의 데크길을 용이 승천하듯 조성하여 아찔한
스릴감과 함께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순창군 홈피)
걷는다.
오늘은 용궐산 잔도를 걷는다.
아스팔트길, 시멘트 길이 아닌 비가 내리면 물을 머금었다가 한참 동안 질척이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먼지가 날리는 흙길 위를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흙길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처럼 습기를 머금은 상태에 따라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밟고 가라고 한다. 때론 엄마 품처럼 포근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술에 취해 강퍅해진 늙은 아버지 같은 모습을 숨기지 않은 채 밟고 가라고 한다.
산에는 반드시 그런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커다란 바윗길, 밟을 때마다 기우뚱거리게 만드는 돌길도 있다.
작은 풀이 카페처럼 덮여 나긋나긋하게 걸어가는 풀길도 있다.
오늘 걷는 순창 용궐산 길은 가파른 암벽을 뚫고 만든 데크 길이다.
흙길, 돌길을 지나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갑판 길은 평지, 오르는 길, 내려가는 길이 반복해서 나타나서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다. 왕복 2km가 조금 더 되는 길이지만 회색 도시에서 반질거리는 길에서 걷는 흉내나 내는 도시인에게 그 길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길이었다.
군데군데 설치한 쉴 수 있는 장의자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잠깐 앉았다가 갈 수도 있는 길이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로 보이는 구불구불 휘돌아 흐르는 섬진강이 시야를 시원하게 해주니 마음도 덩달아 탁 트이며 상쾌해진다.
‘저 구름 흘러가는 길’ 노래를 흥얼거린다.
산에서 내려왔을 때 이런 시가 생각났다.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곳에 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의 깊은 매력에 홀릭되는 순천국가정원 (7) 2024.11.13 가을 부안 여행(채석강 줄포 노을빛공원 내소사) (13) 2024.11.08 화순 고인돌 축제와 멧돌 커피! (25) 2024.10.19 청송 주산지·절곡협곡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7) 2024.10.12 정남진 전망대에서 커피 한잔 (6)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