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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 용감한 사람들 그리고 비겁한 사람들.산문 2024. 12. 7. 14:44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내란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법무부 감찰관이었던 류혁 씨의 말이다. 그날 법무부의 소집 문자를 받고 갔다가 비상계엄에 관한 회의를 한다는 말을 듣고 참석할 수 없다고 말하고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사표를 내는 일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나중에 체포되어 처단(포고문)받을 수도 있다. 용기와 결단 정의감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존경스러운 분이다. 이런 분들이 많았다면 이번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번 계엄이 성공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통제된 방송국에서 발표하는 계엄사령관의 포고문대로 숨죽이고 있을 것이다. 집회, 결사는 물론 정부를 비판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통금을 실시하면 아무리 위급한 일이라도 움직였다가는 포고령 위반으로 영장 없이 체포되어 구타당할 수도 있고, 반국가세력으로 잡혀가 고문을 당해도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자유, 말, 행동을 규제받으며 공포에 짓눌린 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애국가의 가사,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는 자유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한 번도 인간의 일에 간섭한 적이 없다. 그 하느님은 바로 시민이었다. 어떤 시민?
이번 비상계엄령과 포고문이 발표되고 157분 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어 6시간 후 비상계엄령이 해제되었다. 구한말 김옥균의 3일천하보다 짧았다. 이렇게 다행스러운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엄군에 잡혀가서 온갖 고문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목숨을 걸고 달려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온 국회의원들의 용감한 행동, 계엄이 선포되자 바로 국회 앞으로 달려와 경찰과 계엄군과 대치하며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가도록 도운 시민들, 계엄군의 총구를 잡고 항의하던 젊은 여성, 계엄군이 국회로 난입하여 회의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의자 등을 쌓고 인간 벽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이 무사히 계엄 해제 결의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해준 보좌관과 직원, 군 소대장 아들에게 시민을 절대로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 아버지와 또 같은 생각을 가지고 통화했을 부모님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그분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이 나라와 국민을 구했다.
비상계엄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계엄군 장병들의 시민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과 내 가족이라는 시민의 마음이 따뜻하게 만나 충돌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우리 국인들이 예전과 달라진 성숙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겁한 사람들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오라는 국회의장의 지시(통지)를 받았다. 그런데도 국회로 가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들어갈 수 없어서 못 갔다는 궁색한 변명을 한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갔다. 나이 든 국회의장도 담을 넘어 국회로 갔는데. 국민이 계엄군의 총 끝에 서 있는데 끝끝내 계엄 해제 결의안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령 선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 유일하다. 그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그 책임을 회피했다. 계엄 해제 결의안만이 계엄을 막을 수 있는 단 하나 방법인데. 그런 엄중한 임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이, 명령을 받는 군인도 아닌데 원내 총무의 갈지자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국회의원의 책임을 회피한 행동은 반드시 유권자에게 심판받아야 할 것이다.
이건 단순히 양심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장갑차와 헬기가 국회로 진주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국회의원을 잡아가려는, 불법적인 내란이 일어나 국가가 위험에 빠지고, 수많은 사람이 계엄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가고, 국민이 자유를 억압당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국회로 가지 않은 행동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 비겁한 입으로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한다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하려면 탄핵에 기꺼이 참여해야할 것이다
겨울이 와야 소나무 푸르름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추운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소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사람의 됨됨이와 참모습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야 할지 지금이 가장 잘 보이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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