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분 미국 사람 미국 놈새와 나무 2018. 1. 4. 20:13
미국 분 미국 사람 미국 놈
「미국 분 미국 사람 미국 놈」이라는 베스트셀러가 있었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미국인의 생활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쓴 책이었다. 그 책에는 미국인의 장점과 단점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세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 책을 읽고 우리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미국인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히 알게 되었다.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우스갯말로 ‘미국 사람은 똥도 달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이 주는 잉여 농산물을 먹고 연명을 하던 시절에 미국을 동경 하면서 자랐다. 학교에 가서 미국 산 분유를 받기 위하여 회포대(시멘트, 비료 등을 담는 누런 포장용 종이) 만든 누런 봉투를 들고 창고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기능직 아저씨가 분유를 한 바가지씩 퍼주면 부자가 된 듯 즐거웠다. 집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해먹는 것인지를 몰라 양은 도시락에 넣고 밥에 익혀 먹었다. 밥에 쪄낸 분유는 따뜻할 때는 부드러운 편인데 그게 굳으면 돌덩이처럼 단단하여 한 덩이를 먹으려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이가 시원치 않은 노인들은 먹기가 어려웠다. 분유를 물에 타서 먹으면 허한 속이 견디지를 못하고 설사를 해댔다. 그래서 밥에 쪄먹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조리법이었다. 또 나중에는 옥수수 가루를 주기도 하고, 그걸로 학교에서 죽을 쑤어서 주기도 했다. 옥수수 가루로 죽을 쑨 것은 역겨운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가 너무 역겹고 싫어서 두 번 다시 먹기가 싫었다.
미국은 우리의 꿈이었다. 지금 동경의 대상은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선진 문화(文禍)의 오만으로 뒤바뀌어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아직도 미국에서 생활하다 온 사람들은 미국의 질서 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선망을 가지고 말들을 한다. 마약, 섹스, 폭력, 총기 사고, 인종차별 등 어둡고 냄새나는 뒷면은 가려진 채 화려한 표면만을 조명하면서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미국은 우리가 본받아야할 사회가 결코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며칠 전 미국의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서 우리 교포가 술이 취해서 자기의 집과 남의 집을 구분하지 못하고 미국인이 사는 집의 대문을 발로 걷어차는 일이 벌어졌다. 그 곁에서 경비가 말리고 있었다고 한다. 경비가 말려도 계속해서 대문을 걷어차자 미국인은 총을 가져와 한국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미국 경찰은 정당방위라고 미국인을 입건이나 구속하지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무리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 나라라고 하지만 곁에는 경비가 있고, 무기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술에 취해서 대문을 걷어차는 행위가 미국인의 생명에 위협을 주었다고 볼 수 없다. 분명히 유색 인종을 얕잡아 본 의도적인 살인이다.
만약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술에 취해서 상가나 일반 가정의 대문을 걷어차는 걸 경비가 옆에서 말리고 있었는데, 한국 사람이 생명을 위협을 느꼈다고 칼을 가지고 나와서 죽였다고 한다면 정당방위라고 그냥 넘어 갔을까.(우리는 총 소지가 불법이니까 칼을 사용했다고 했다.)
외교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아마도 미국국무부 대변인이 나와서 떠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의 외무부나 정치인은 그 흔한 성명서 하나 발표하는 일이 없다. 하다못해 시민단체도 미국 대사관 앞에 가서 항의 시위 한 번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걸핏하면 남의 나라의 인권에 대해서는 간섭을 하면서 백색 우월주의에 빠져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악한 사람들이 바로 미국인이다. 미국에 갔다 온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킨다고 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미국인들이 외국 특히 자기보다 못 사는 나라에 가서 질서를 지키고,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다른 나라의 주권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불평등 소파 협정을 개선하려 하지만 그들이 한국을 대등한 상대로 인정하는 성의 있는 행동을 한 적이 있었는가.
미국인들은 남의 나라의 인권을 말하고 문화를 말할 자격이 없는 듯하다. 저들은 우리처럼 법 이전의 인정이나 연민을 가지지 못한 집단이기 때문에 법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을 뿐이다. 우리가 우리의 미풍양속인 인정과 인간 존중의 전통을 버리고 저들을 닮아 가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내팽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교포의 죽음을 무시하는 미국 놈도 밉지만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정치인과 고급 관료들의 행동에 더 울화통이 터진다. 앞으로의 세계에서 존경받을 나라는 남의 나라의 주권과 문화를 자신의 것과 동등하게 인정하고 존중하는 나라라고 믿는다. 오직 힘의 우위로 자신들의 억지 논리를 다른 나라에게 강요하는 행태는 우리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
2001.08
'새와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길들이기 (0) 2018.01.04 개 귀신 (0) 2018.01.04 매향리 (0) 2017.12.22 저승길 밝히는 등불(봉선화) (0) 2017.12.22 묵은 묘지가 있는 곳 (0) 201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