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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길들이기
    새와 나무 2018. 1. 4. 20:26


    아내 길들이기

     

       어린 시절 집에서 소를 키웠다. 지금은 소가 건강을 위한 우유나 식탁에 오르는 고기를 생산하는데 치중하고 있지만, 예전의 소는 주로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동력원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주로 암소를 길러 논과 밭도 갈고, 달구지를 이용하여 짐을 운반하는데 아주 중요한 수단이었다. 또 송아지를 낳으면 송아지를 팔아서 소득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소가 늙으면 그 소를 팔고, 송아지를 길들여 어미 소를 대신하게 하였다. 송아지를 길들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멍에를 씌우고 쟁기를 채워 논이나 밭으로 데리고 나가 똑바로 가는 연습을 시켰다. 하지만 천방지축 제 맘대로 나대던 소가 말을 잘 들을 리가 없었다. 앞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 가기도 하고, 꾀를 부리고 아무 곳으로나 도망을 다녔다. 한 사람이 고삐를 잡고 뒤에서 쟁기를 잡은 사람이 오랫동안 고생해야 겨우 길을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달구지를 끌기 위해서는 먼저 리어커로 연습을 시켜 끄는데 능숙해지고 힘이 붙으면 그때서야 달구지를 채워서 가벼운 일부터 시켜 점차 제 몫을 하는 소로 만들 수가 있었다. 한 마리의 소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듯이 사람도 어떤 일에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거저 이룰 수 있는 일이란 없을 테니까.

     

      요즘 마님이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 면허증을 몇 년 전에 나와 같이 땄지만 둘 다 장롱 면허증으로 처박혀 있었다. 면허증을 따고 나서 오랜 세월이 흘렀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인지 좀처럼 운전 실력이 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움직이는 일이 제일 많은 사람이어서 당연히 운전을 하는 기회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순발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운전학원에서 시내연수를 14시간을 받고 내가 곁에 앉아서 지켜보며 이리저리 이야기를 해주며 운전 연습을 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다가 싸움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이혼하자는 말까지 나오는 드라마도 있었다. 그 드라마가 전혀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습을 하러 나갔다하면 꼭 싸우게 된다. 며칠째 연습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속이 타고, 목이 바짝바짝 마를 만큼 긴장이 된다. 어제도 한재 로터리를 돌다가 하마터면 옆 차하고 부딪칠 뻔하였다. 부딪칠 순간을 모면하고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내가 잔소리를 해댔다.

       “속도를 줄이라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가?”

       “어째서 하라는 대로 안 해?”

    운전을 하는 마님은 더 속이 상할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오죽 답답할까 짐작이 간다. 나한데 실컷 소리를 듣고 한다는 말이 걸작이다.

       “운전 잘하는 사람들이 위대해 보이네.”

      그러면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위로를 하지만 연습을 나가면 또 싸우게 될 것이다. 마님 길들이기는 위험한 일이다.

    20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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