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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독서 2026. 3. 1. 19:46
소설 〈춘희〉는 1848년에 발표되었다. 작가인 뒤마 피스는 사생아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를 쓴 대문호 뒤마 페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당시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화류계의 여인인 ‘춘희(마르그리트 고티에)’와 그녀를 사랑한 ‘아르망 뒤발’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춘희는 일 년에 약 10만 프랑(현재 가치로 수억 원)의 생활비가 필요한 화려한 여인이었다. 그녀가 결핵 요양 중 만난 노공작은, 춘희가 결핵으로 죽은 자신의 딸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후원자가 되어준다.
동백 아가씨라는 뜻의 춘희라는 별명은 그녀의 독특한 습관에서 유래했다. 그녀는 공연장 특등석에 앉을 때 한 달 중 25일은 흰 동백꽃을,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꽃 다발을 곁에 두었기 때문이다.
춘희는 얼마나 아름다워 파리 귀족들이 다투어 후원하며 그녀의 마음에 들려고 했을까.
‘우아하고 갸름한 얼굴에 두 개의 검은 눈동자가 박혀 있고, 그린 듯한 깨끗한 활 모양의 눈썹, 그리고 눈을 감으면 볼에 장밋빛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한 긴 속눈썹이 눈을 가리고, 기품 있고 날이 오똑 선 영리하게 생긴 코가 자리 잡고 있다. 귀여운 입매에 상냥한 입술, 그 사이로 우윳빛 이가 드러나 보인다. 그리고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복숭아를 감싸고 있는 비로드와 같은 솜털이 살갗을 덮고 있다.’
춘희가 생애 가장 행복했던 6개월을 함께 보낸 아르망 뒤발의 성격을 짚어보자. 아르망은 춘희의 아름다움에 반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자기감정에만 도취한 철부지라 할 수 있다. 그는 부유한 귀족들이 물질적 공세로 그녀의 환심을 사려 했던 가식적인 사랑과 대조되는, 순수하고 감성적인 사랑에 춘희가 감복했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춘희가 각혈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는데 아르망이 방으로 따라와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흘린 행동이 감동을 주어 그녀는 쉽게 아르망을 사랑하게 된다.
춘희가 아르망과 생활하며 부족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패물과 말을 팔 때도, 그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사랑의 고귀함에 취해 현실 문제를 외면한 우유부단하고 졸렬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르망은 춘희를 독점하려 든다. 그녀가 사교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귀족들과 어울리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마치 그녀가 성녀처럼 생활하기를 바라는 이기심을 보인다. 자신의 처지는 망각한 채, 부유한 백작들이나 공작들을 시기하며 자신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착각에 빠진 낭만적 독선주의자에 가깝다. 그는 아버지와의 관계나 사회적 평판을 두려워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오직 자신만이 춘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아르망의 아버지 또한 다르지 않다. 그는 아르망 동생의 혼사에 걸림돌이 된다는 명목으로, 춘희를 위하는 척 교활하게 접근하여 그녀가 아르망을 떠나도록 종용한다.
결국 아르망과 헤어진 후 춘희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된다. 그러나 찌질하고 졸렬한 아르망은 복수심에 눈이 멀어, 고작 몇 푼 안 되는 돈을 그녀에게 던지며 조롱하는 인격 살인까지 저지른다.
아르망은 숭고한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자신의 무능과 미성숙함을 숨긴 무책임한 인물이다. 시기심과 질투에 사로잡혀 춘희를 비극적인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비록 화류계 여인이었으나 한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순수하게 사랑했던 춘희의 가치를 비겁함과 위선으로 더럽힌 것이다. 그는 상대의 처지를 배려하기보다 자기 만족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며 춘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소설에서 진정한 사랑을 할 자격과 인격을 갖춘 이는 오직 마르그리트 고티에뿐이다. 그녀야말로 이 비극의 진정한 주인공이자, 숭고한 가치를 지닌 동백꽃 같은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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