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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희주의 단편소설 〈최애의 아이〉독서 2026. 3. 21. 19:44
우미는 말썽 한번 일으키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류대학에 들어간 후 4년 동안 어머니에게 단돈 십 원도 가져가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다. 그리고는 대기업에 취업해서 어머니에게 매달 생활비도 보내주는 기특하고 고마운 딸이다.
삼십 대가 된 우미는 남자를 사귀지 않는다. 유일한 친구 은정은 결혼해서 영끌해서 마련한 전셋집이 너무 좁아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은정은 한편으로 우미의 삶의 방식을 부러워한다.
우미는 아이돌 유리를 사랑하고 그에게 집착한다. 집착은 단순히 팬을 넘어 그에 집착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영상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키운다. 그녀는 1억을 주고 인공수정(일명 머저리 시술)에 성공한다.
그녀의 유리에 대한 사랑은 광기 혹은 정신적 결함 수준인 편집증적 집착으로 변해간다.
‘유리 상품이 다른 여자의 자궁강 내로도 들어갔을 게 아쉬웠다. 돈만 있으면 다 샀을 텐데.’
우미는 아이를 출산한 후 충격적인 보도를 보게 된다.
‘아이돌의 유전자를 판매한다고 내걸고 실제로는 정자 공여를 희망하는 일반 남성 추려, 케이팝 열풍에 힘입어 범국가적으로 추진되었던 이 사업은, 장관이 공여지 리스트에 올라 논란, 장관은 거시적인 안목으로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해…….’
반년 후 우미는 장관이 시장을 방문할 때를 맞춰 시장으로 간다.
‘뱃속 깊숙이 숨어있던 미친년이 목구멍으로 기어나왔다. 그 여자는 피를 통하지 않고도 전수된 미친년의 비기를 썼다.
비명지르기.’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한동안 육고기를 먹지 못했다. 어떤 이는 극심한 불면으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어떤 이는 자기의 생리혈을 바라보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
은정은 우미를 면회하러 간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엉엉 소리 내어 울던 그가 두 뺨을 문지르며 물었다.
“넌 죄의식도 없니?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우미는 은정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입을 열어 짧게 답했다.
“말했잖아. 내가 원한 건 딱 하나라고. 유리의 아이를 갖는 거.” ’
우미는 괴물로 변한 채 가책이나 후회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유리의 정자를 얻어 낳은 아이를 유리와 동일시하는 자신의 머릿속에 견고하게 만든 완벽한 유리의 이미지를 원했다. 진짜 유리가 아니라면 유전자를 이어받은 복제된 유리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으려고 했다.
유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유전자는 자신이 낳았다고 하더라도 잔인하게 죽이는 폭력(살인)도 하등의 윤리적, 인간적 죄의식도 걷어낼 수 있는 광기로 변질되어 있었다.
우미가 시장에서 장관이 보는 가운에 벌인 잔혹한 행위는, 자신을 속인 세상과 권력자를 향해 던지는 가장 극단적이고도 처절한 복수였지만, 자신의 빗나간 팬덤이 가지고 온 살인에 대한 자책이나 죄책감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오직 유리 혹은 유리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생명만이 삶을 지속해야 할 목적이고 목표였다.
빗나간 집착의 팬덤으로 인해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그린, 오늘날 유사 팬덤을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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