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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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시 2018. 1. 9. 22:03
벌초 이승의 인연 끊고 장군산 외진 음지에 묻힌 당신 오후의 햇살로 씨를 뿌렸나웃자란 그리움이 무성하게 묘지를 덮고불을 끄지 못하고 뒤척인 밤첫새벽,턱밑이 거뭇한 두 아들 앞세워 세월의 흔적을 지우는데아직도 삭으러들지 않는 불덩이.새벽 소나기가 묘지 위 잔디를 키우고 올해는 달맞이꽃 메꽃으로 사치했어도 황토가 드러나도록 벌초를 하면올 겨울 당신의 소리 없는 미소성에 되어 창을 두드릴 때 견딜 수 있을 것 같아.뜨거운 애욕 곱게 다듬어 작은 비석이라도 하나 세우면행여 육질 없는 성긴 가슴에 박힌당신의 자리를 메울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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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나무시 2017. 12. 13. 14:30
새와 나무 새는 날갯짓을 할 때마다깃털이 뽑혀창백한 겨드랑이 드러나고점점 묽어지는 적혈구의 농도단세포 기름기마저분분히 흩어지고 담담하게 비상하던 일상조차어석어석서릿발처럼 일어서는 아픔 무디고 끈적한 나무의 수액을수혈한 뒤한껏슬피 날았다. 나무는 바람을 안을 때마다찢겨나가는 잎들을감당하지 못하고바람을 등지며생장점이 부패하는 뿌리로자꾸만 뒤틀리는 줄기를애오라지 참수하는 꿈을 꾸었다새는 숨이 턱 막히는대기권 끝까지날아올라한 점으로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까마득한 추락을 고뇌했다. 나무는 수십 년을 뿌리내려미움처럼 견고한 세월켜켜이 불려 부동의 중심을지탱할 수 있었지만무거움을 자책했다 새는 흔들리는 중심을 고뇌하며 다시 날고나무는 비상을 상실하는부름켜로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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