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지옥문과 슈베르트의 콰르넷 송어산문 2025. 3. 9. 13:14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발표되고 무장한 헬기에서 내린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과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결의안을 의결하는 과정을 불안과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고, 계엄령이 해제되기를 기다리며 텔레비전 앞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 후 내란수괴 피고 윤석열이 체포되기까지 어려웠던 과정, 헌법재판소에서 재판받은 과정을 관심을 보며 ‘과연 저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맞을까?’라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2025년 3월 8일 그가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동안 검찰이 했던 의심스러웠던 행태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28년 동안 지켜졌던 영장 신청 적용의 기준을 깨면서 불법이라고 판결한 판사의 역량(?)이 괴기스럽고 무섭다. 내란수괴가 피고가 ..
-
나무시 2025. 3. 4. 11:55
나무 곽재구 인간인 내가 인간이 아닌 나무에게음악을 들려주고 싶을 때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모르는 이들은만행 중인 바람이나무의 심연을 헤적인 거라 생각하지만사실 나무는 제 앞에 선 인간에게더덕꽃 향기 짙은 제 몸의 음악을고요히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나무는 춤을 출 때잎사귀 하나하나다른 춤의 스텝을 밟는다인간인 당신이 나뭇잎 속으로 들어와 춤을 출 때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그러다가 홀연 당신 또한온몸에 푸른 실핏줄이 퍼져나간 은빛 이파리가 된다 인간이 아닌 나무가인간인 내게시를 읽어주고 싶을 때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세월이 흘러 나무가 땅에 누우면당신도 나란히 나무 곁에 누워눈보라가 되거나한 소쿠리 비비새 ..
-
제1회 싱가포르와 중국 공동 주최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신진서 선수 우승평행선 눈 2025. 2. 28. 17:44
세계 1위 신진서 선수가 농심배에서 2승을 거두며 우리나라가 5연패를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역시 신진서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신진서 선수에게는 세계대회에서 미스터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징크스(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惡運〉으로 여겨지는 것)가 있다. 3번기에서 한판이라도 패하면 꼭 패한다는 것이다. 1국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후 2국에서 지면 결국 3국에서 패하며 바둑 팬들에게 실망을 주곤했다. 이번 싱가포르와 중국이 공동 주최한 난양배 1국에서 승리하며 그런 징크스가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다. 만약 2국에서 지면 또 그런 일이 벌어지기라도 할까 봐서 무척 염려되었다. 2국에서 그런 징크스가 재현되려는 듯 중반으로 넘어가며 6집까지 불리했다. 그런 국면이 계속되며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
제26회 농심배 신진서 선수의 2연승으로 우승평행선 눈 2025. 2. 21. 19:15
2025년 농심배에서 작년과 다르게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 두었다. 김명훈 선수가 4승을 달성했고, 박정환 선수가 1승을 거두었다. 신진서 선수는 어제 중국 선수 중 유일하게 2승 2패로 천적 같은 리쉬안하오 선수를 만나 일방적으로 공격으로 승리했다. 오늘 농심배 마지막 바둑에서 신진서 선수와 중국의 딩하오 선수는 아마추어들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복잡한 얽히고설킨 바둑으로 치열하게 바둑을 두었다. 무림에서 최고의 고수들이 자신의 가진 온갖 무공을 쏟아붓듯 반상에서 한 수를 둘 때마다 긴장감이 휩쓸었다. 한 수가 두어질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후반으로 가며 딩하오 선수가 유리한 바둑으로 전개되었는데, 좌상귀와 하변 부근에서 신진서 선수의 짚는 수에 딩하오 선수가 흔들기 시작하며 살 떨..
-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최종국. 변상일 선수 기권승평행선 눈 2025. 1. 23. 17:55
2024년 우리나라 바둑은 신진서와 최정 선수의 부진이 세계대회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두 선수의 부진은 바로 세계대회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바둑의 현실이 그렇다. 남자 바둑이 세계대회에서 중국 선수를 확실하게 이길 선수가 신진서 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 우리 남자 바둑의 현실이고, 우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여자 바둑은 국내에서는 김은지 선수가 최정 선수를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아직 세계대회에서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LG배에서 신진서 선수가 탈락하고 변상일 선수가 결승에 올라 커제 선수와 만났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변상일 선수는 커제 선수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6패 0승이라는 절대적인 약세로 이번 결승에서 기대보다는 운을 바라는 수밖에..
-
무안 공항 분향소 앞에서산문 2025. 1. 2. 10:25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새해 첫날. 두 시간 동안 차를 운전해서 무안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가까이 가자 주차장이 비좁은지 길가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차들은 뒤엉켜 가고 서기를 반복한다. 겨우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서 분향소로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었다. 봉사하는 분들이 핫팩, 과자, 빵, 음료수 등을 제공해 주었고, 공항 바로 앞에는 커피, 라면, 차를 무료로 서비스해 주는 푸드 트럭도 있었다. 언제 분향소로 들어갈지 기약이 없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2시간 20분을 기다려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치고 명복을 빌었다. 분향소를 나서는 사람들이 눈물을 훔치며 나왔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방명록에 이름을 쓰는데 결국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