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어리숙한 얼굴
    새와 나무 2018. 3. 21. 14:52



    어리숙한 얼굴

     

     

     

     

          “내 얼굴이 그렇게 어리숙하게 보여?”

       외출에서 돌아온 마눌님이 물었다. 직감적으로 밖에서 언짢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은행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데 말쑥하게 생긴 젊은 남자 둘이 다가오더니, 집이 대구인데 밥을 못 먹어서 배도 고프고, 집에 갈 차비도 없으니 좀 도와 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2만원을 주었는데 두 사람이 돌아서는 순간 속았다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 일로 인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했다고 한다. 차라리 없는 사람들을 주었으면 기분이 괜찮을 것인데 멀쩡한 사람들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언짢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나왔을 것인데 나의 마눌님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무던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마눌님이 돈을 주고 돌아서는 순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사람들에 대한 판단이 잘못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 사람들이 정말로 돈이 없어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장난삼아 했거나 사기꾼들이었다면, 마눌님의 말대로 조금은 쉬워 보이는 사람을 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돈을 주고 나서 도와주었다는 흐뭇함보다는 놀림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나이 사십이 넘은 얼굴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 나이쯤이 되면 사람들은 얼굴을 통하여 그 사람의 인품이나 지식 등을 어느 정도 추측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총명한 사람, 야무진 사람, 똑똑한 사람, 독한 사람, 모진 사람, 약삭빠른 사람, 후덕한 사람, 어리숙한 사람, 고생한 사람, 비굴한 사람 등 세월 따라 자연스레 얼굴에 나타나는 사람마다의 심성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나의 마눌님이 그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이 어리숙하게 보였다는 사실과 자신의 영리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기분이 상했나보다. 세상은 영리하고 영악한 사람들이 이익을 보며 사는 지도 모른다. 스티브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영리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의 덫에 의해서 평범한 사람들은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영리한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의 흐름은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의 품성이나 인격보다는 두뇌의 회전이 빠른 사람들이 득세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늘 긴장하고 경계심을 풀지 않고 살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영리한 사람들에 의해서 빠르게 회전하는 사회에서 우직하고 조금은 어리석은 듯 살아가는 삶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는 그런 우직한 사람들에 의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금은 손해를 보면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서로가 긴장을 풀고 완만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가 있을 것이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간다.’

    신영복님의 말처럼 세상은 조금은 둔하게 사는 사람들에 의해서 희망을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천재의 아이디어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품을 보통 사람들에 의해서 소비가 이루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야겠다.

         나 같은 보통 사람이 있어서 천재도 살 수 있다

     


    '새와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 마을의 겨울   (0) 2018.03.27
    황진이와 마돈나  (0) 2018.03.27
    사랑하며 이별할 때  (0) 2018.03.21
    금강 줄기를 따라가며(금강 하구둑에서 강경)  (0) 2018.03.12
    눈 쌓인 석굴암 앞에서  (0) 2018.03.0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