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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진이와 마돈나
    새와 나무 2018. 3. 27. 15:06


      

    황진이와 마돈나

     

     

        

              역사는 남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고, 역사의 중심에는 늘 영웅들이 있었다. 영웅들의 포효에 따라 역사는 거센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기도 했고, 태평스러운 세상이 되기도 했다. 세상은 자연스럽게 남성을 축으로 하여 여성은 늘 그 언저리에 자리해야 했다. 종종 남성보다 똑똑한 여성들이 나와서 잠시 역사의 중심에 우뚝 서 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한 번도 남성 중심의 세상이 바뀐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도도한 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성들에게 도전하듯 산 여성들이 적지 않다. 이집트 왕족으로 태어나서 권력의 중심에서 한 생애를 살다간 클레오파트라 같은 여성도 있었고, 양귀비처럼 권력에 기생하여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하여 살다간 여자도 있었다.

     

      사는 방법은 달라도 여자들이 나름대로 세상을 조롱하기도 하고, 뒤흔들어 놓기도 하였다. 이런 여자들 가운데 우리 역사에서 황진이가 있었고, 현재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마돈나가 있다. 두 사람은 산 시대는 달랐어도 세상 사람들에게 주는 이미지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이 두 사람이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정복되지 않는 여자, 그녀는 그녀의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생을 살았던 것 같다. 일개 천기의 몸으로 풍요와 권세와 명예를 마음껏 누리었다. 술과 사랑과, 시화와 가무에 능한 한 생을 산다고 하는 것은 축복일 수도 있다. 수많은 남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름을 기억케 한 그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정복되지 않은 여자 황진이 문정배 머리말)

     

       그녀의 삶과 연예인으로서의 재능과 그녀가 경영하는 기업, 전무후무할 정도로 유별나고 특이한 성격과 인생관이나 세계관, 그리고 모든 속박과 전통적인 윤리관으로부터 벗어나서 완전한 섹스를 몸소 실천할 뿐 아니라 그 사실을 떳떳하게 공개하기도 하는 마돈나. (슈퍼 스타의 신화, 마돈나 크리스토퍼 앤더슨 지음/윤수인 옮김 25)

       두 사람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삶이나 가치를 거부하고 이를 깨뜨리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다. 황진이는 추상 같은 신분 사회를 조롱하며 양반들에게 호락호락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성을 취사선택하여 마음껏 육체적 욕망을 불태웠다.


       마돈나 역시 백 명이 넘는 남자들과 관계를 가졌으며, 동성애나 가학적 변태 행위도 가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어느 한 남자에게 얽매인 적이 없었으며 마음을 끄는 남자가 있으면 여지없이 자신의 사냥감으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남자들의 가슴에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키는 빼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황진이는 시와 가무에 뛰어난 재원이었다. 서경덕이라는 걸출한 인물과 교우(?)하기도 하고, 양반들과 글을 겨루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황진이가 남긴 시조 6수와 한시 7수는 지금까지 전해져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마돈나는 가수, 배우,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1991년에는 오천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 오백억 원이라는 거액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비틀스(The Beatles)보다도 많은 히트 싱글을 내어 그야말로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이자 사업가이다.


       두 사람은 성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유주의자들이었다. 마돈나는 사생활뿐만이 아니라 무대에 섰을 때에도 사람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다.

     

       침실 세트가 사라지면서 높이 치솟은 화려한 기둥, 봉헌 촛대, 오렌지빛과 자줏빛 조명이 드리워진 거대한 십자가가 나타났다. 고백 성사를 주는 사제 앞에서 그녀는 살갗을 드러내 놓고 제단에 두 다리를 벌리고 서더니, 향로를 상대로 성적인 동작을 취했다. 그러고는 십자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섹스는 자위에 대해서 카톨릭 교회로부터 강요된 의식을 없애버리는 의식이에요.” ( 앞의 책 크리스토퍼 앤더슨 지음/윤수인 옮김 379)

     

       30년 면벽 수도를 하고 있는 지족선사를 유혹하여 자신의 품에 넘어뜨리기까지 황진이가 온갖 요염한 행동을 했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30년 면벽 수도를 한 고승이 그렇게 쉽게 자신의 길을 버릴 리가 없을 것이다. 소설 속의 행동을 통해 황진이의 실제 행동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선사님, 손을 좀 주세요.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어쩔 수 없이 선사는 진이가 이끄는 손길을 따라 배를 만지기 시작하였다. 이를 놓칠세라 진이는 치마 속으로 선사의 손을 잡고 문지르더니 서혜부까지 깊숙이 손을 당기는 것이었다. 선사의 품에 몸을 맡긴 진이는 급기야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앞의 책 문정배 118)

     

       황진이는 나이 40이 넘으면서 유랑의 길을 떠난다. 살아온 삶을 참회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인생이 무상하다고 생각했음인지 일부러 고행을 자처하고 힘든 삶을 살아간다. 스스로 영화를 버리고 자학의 길로 들어서서 10년을 고행하듯 살다가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명기 황진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스스로 남사당패를 따라 전국을 유랑하며 살다간 황진이, 명성이나 부를 헌신짝 버리듯 한 그의 선택은 사람들에게 삶이란 허망한 구름 같은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황진이다운 선택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마돈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섹스의 화신, 요부, 악마라는 이미지를 이미지에서 변신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한다. 그녀는 에이즈 환자와 노숙자의 보호, 열대우림의 보존, 여성권리의 옹호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음악 또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1998년 나온 음반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가 나왔는데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 ‘욕망의 한 점까지 가급적 드러내고 고갈시키는 것이 초점이었던 그녀의 음악은 이 음반에서 좀더 영적이고 예술적인 차원으로 옮아갔다.’(강찬호정염(情炎)의 화신마돈나, 엄마 된 후 변했나」『중앙일보199834, 38. 이미지와의 전쟁 강준만 32쪽에서 재인용)


      두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찰과 성찰로 젊은 시절의 열정을 식혀간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뒤흔들었던 세상이 아무런 변화 없이 흘러가는 것이 야속하여 슬그머니 발을 뺀 것일까. 아무튼 그들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반역의 깃발을 내리고 세상에 순응한 듯하다.


       하지만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밉지만은 않은 황진이나 마돈나의 반란이 있기에 세상은 더 윤기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들의 대를 이어갈 용기 있는 또 다른 여걸들이 출현할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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