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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산문 2018. 4. 4. 12:21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던 내 귀여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유치원에 다닐 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16년의 길고 지난한 진검 승부의 길에 처음 발을 딛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학력에 의해서 사람이 평가되고 취업이 결정되며 그에 따라 성인이 된 후 오랫동안 삶의 질이 좌우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멀리 보면 장차 어른이 된 자녀가 좀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단기적으로 보면 공부의 진검 승부가 이루어지는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와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부모들이 취학하기 전 자녀가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는 지적 능력이나 언어의 발달에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하는 기대를 한두 번은 경험하게 된다. 정말로 천재일 수도 있고 뛰어난 영재일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영유아기의 급격한 지능발달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시간이 지나보면 알 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기대를 잔뜩 가지고 있을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학년 공개수업 그리고 점점 학년이 높아지며 일 년에 한 번을 있는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지켜본다면 자녀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학년 때는 대부분 아이들이 자기가 발표를 하겠다고 그야말로 벌집을 건드려놓은 듯 난리를 친다. 교사가 원하는 답이든 엉뚱한 답이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그냥 발표를 하고 싶어 한다. 수업을 하면서 단위 수업시간(40분)에 수업목표를 도달하기 위해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고, 아이들이 교사가 원하는 답을 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 옮겨간다. 아이가 엉뚱한 대답을 하게 되면 교사가 그 시간에 의도한 목표에 도달하기 힘들게 된다.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이 엉뚱한 답을 몇 번 하게 되면 그 수업의 흐름이 끊겨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가 있다. 때문에 교사는 아이들을 지명할 때 평소 수업에서 아이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고려해서 발표할 기회를 주게 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모든 아이들이 고르게 발표를 할 기회를 주기가 어렵다.
교사는 소집단학습을 통해서 친구들과 서로 발표하고 의논할 기회를 주는데 이럴 경우 아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며 아이의 학습활동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3-4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좀 더 신중해지고 교사가 원하는 질문에 맞는 답을 할 자신이 없으면 교사의 질문에 손을 들지 않는다. 틀린 답을 해서 친구들에게 창피를 살 수도 있으니까 신중해 진다. 더구나 학부모가 온 수업에서는 더욱 조심을 하게 되니까 자신이 없을 때는 발표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손을 들지 않는 아이도 있다. 자녀가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학습은 어차피 개인의 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발표를 하는 수준 차이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이 흥미가 있고 잘하는 과목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경우 아이는 그 과목을 집중해서 스스로 찾아보고 탐색하는 활동을 통해서 친구들보다 월등하게 넓게 깊게 지식을 가지게 된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발표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학년이 되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율학습 습관이나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에 참석하여 수업을 지켜보게 되면 자기 자녀의 수준을 가늠해 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처음 공개수업부터 지나친 관심으로 자녀가 발표 한 번 하고 안 하는 것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차분하게 평소 자녀에게 어떻게 공부의 습관을 길러주고 확인하고 있는지 학부모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초등학교 공부에서는 수업 중 집중하고, 가정에서 약간의 자율학습이 지속적으로(이게 중요하다)이루어진다고 하면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 외국어 과목인 영어를 제외하면 나머지 과목들은 학교수업과 가정에서 자율학습이 미래 자녀의 공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보아도 된다.
교사가 우리 아이를 미워하면 어떡하나 하는 지레짐작으로 걱정하지 말고 교실이 밝아지도록 꽃병에 꼽을 수 있는 꽃이나 몇 번 아이 손에 들려 보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것도 김영란법 때문에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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