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스 커츄리(North Country)

 

 

영화 노스 커츄리(North Country)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며 그간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 모든 조직에서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여성들의 성에 관련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조직의 강고한 위계질서와 권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윗사람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가 당하게 될 불이익 때문에 성에 관련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안 돼’라고 말할 수 없었다.

 

 

 

  

  1984년 미국에서 일어난 최초의 직장 내 성폭력 소송 승소 사건인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16세(우리 나이로 하면 18쯤)때 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임신을 한 조시(샤를리즈 테론)는 가출을 했다가 아들과 딸을 둔 엄마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친구인 글로리(프란시스 맥도밴드)를 제외한 누구도 그녀를 반겨 주지 않는다. 아버지까지 마저도.

 

 

 

 

  미용실에서 보조로 일하던 조시는 월급이 훨씬 많은 광부가 된다. 동물 세계의 수컷들이 자기 영역을 침범하면 피를 튀는 싸움을 하듯 광산에서 자기들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 남성들은 손쉬운 여성들에게 온갖 성희롱과 성추행을 악랄하고 지속적으로 자행한다. 고등학교 시절 조시를 좋아했던 바비는 그녀가 선생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도망을 간 후 광산에서 재회한다. 바비는 조시를 좋아했던 감정이 반감으로 바뀌어 누구보다도 더 그녀를 성적으로 괴롭힌다. 

 

 

 

 

   여성에 대한 지속적이고 악랄한 성추행을 당하면서 참고 생활하는 동료 여성 광부들을 설득해서 폭로하고 저항하자고 설득해 보지만 모두가 해고가 두려워 나서지 않는다. 조시는 책임자에게 찾아가 항의하고, 사장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지만 사장은 그녀를 무시하며 그만 두라고 한다. 사장은 여성을 일정 비율 고용하려는 법 때문에 할 수 없이 여성 광부를 받아들이지만 그 역시 여자들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조시는 도시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변호사인 행크(리차드 젠키스)에게 소송을 부탁하지만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거절하다가 결국 승낙하게 된다. 조시 혼자서 소송을 해서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며 집단 소송을 해야 하니 여성 광부들을 설득해서 같이 참여시키라고 한다. 그녀는 먼저 친구인 글로리를 찾아가는데, 그녀는 돌연 루게릭병에 걸려 사지가 급격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법정에서 조시와 행크는 분투하지만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동료 여성들조차 광산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없다고 서명까지 해서 회사 측 변호사에게 제출한 걸 알고 조시는 절망에 빠진다.

 

 

 

 

  이 영화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세 장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순종적이던 조시의 어머니가 딸을 미워하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가출한다. 광부 노조 회의에서 여자 광부들을 성토하는 곳에 조시가 등장하여 발언하려 하자 남자들은 온갖 야유를 퍼부었다. 그때 조시의 아버지가 연단으로 나와서 광부들에게 모두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명연설을 하자 모두가 숙연해 지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는 엄마 조시를 창녀라고 비난하며 반항하던 아들을 글로리의 남편 카일(리차드 젠킨스)이 설득하고, 아들이 엄마 품에 안기며 화해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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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는 재판에서 아무도 조시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아 거의 절망적인 순간에 목소리마저 잃은 글로리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 남편 카일이 대신 읽어 주는 광산에서 성폭력이 사실이라고 증언하자, 재판을 참관하던 여자 광부들과 조시의 부모 그리고 남자 광부들까지 일어나서 조시의 말에 동의하는 반전이 일어고, 변호사 행크가 회사 측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생이 조시를 성폭행 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바비의 비겁한 행동을 추궁하여 결국 선생이 조시를 성폭행 했다고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서 성폭력은 남성만이 아니라 자신의 불이익을 걱정해서 남자 광부들처럼 조시를 비난하고 침묵하던 여성 광부들도 공범일 수 있다는 걸 말해 준다. 그리고 직장 내 성폭력에서 벗어나려면 혼자가 아닌 연대를 힘을 합할 때 가능하다는 말해 주고 있다.

 

 

 

 

  덤으로 광산의 을씨년스럽고 무거운 기계들과 막장의 모습과 대비되는 하얗게 눈이 덮인 대지의 풍경은 또 다른 미학으로 다가온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빈틈이 없고 촘촘한 몰입으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