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지안 할머니의 미소영화. 드리마 2018. 4. 12. 12:32
tvn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지안 할머니의 미소
예전에는 동네에 웃어른을 만나면
“진지 잡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했다.
친구를 만나면
“밥 먹었어?”라고 인사를 했다.
아랫사람을 만나도
“밥 먹었냐?”라고 안부를 물었다.
다들 가난하게 살아 끼니를 걱정하며 살 때였으니 그런 인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이 그렇게 단정할 수만도 없을 듯하다. 사람들은 음식을 생명 유지 수단으로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약으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동학에서는 먹는 것이 하늘이라 여길 만큼 중요시했다.
지금도 사람들에게 먹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는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TV를 켜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음식 이야기는 무얼 의미할까. 음식은 이제 단순한 먹을거리를 넘어서 맛과 영양 그리고 건강까지도 고려한 특별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TV의 수많은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들이 이를 증명하는 듯한데 너무 많은 음식 프로그램들로 인해서 오히려 식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며 이제 먹는 것이 목숨을 이어가는 수단이기보다는 보다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건강에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영양이 지나쳐 비만을 고민하고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고난의 길을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유행을 할까.
‘가장 풍요롭지만 가장 못 먹는 시대’
tvn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아이유)의 할머니가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훈(이선균)이 할머니 가져다 드리라고 손에 들려준 고기를 할머니(손숙)가 먹는 장면에서 보인 미소였다. 말도 하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죽은 듯이 시종일관 누워 있는 할머니의 어두운 표정이 걷히며 웃었다. 할머니를 웃게 한 까닭이 고기일 만큼 지안과 할머니의 생활은 지독한 가난과 고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풍요한 시대에 같이 살면서 두 사람은 갈라파고스 섬에라도 갇힌 듯 막막하고 어둡다. 미소 짓는 그 짧은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지안과 할머니의 삶의 모습이 가장 잘 압축된 장면이었다. 내 판단에는.
올해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도달한다고 하지만 이 땅에는 아직도 배고픈 사람들이 많다. 제법 알려진 최고은 작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은 일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다. 최고은 작가가 죽은 후 처음 발견한 이웃 주민은 그녀의 집 현관에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었다. 남은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집 문을 두들겨달라>라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어서 음식을 싸왔는데 최고은 작가가 이미 숨져 있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알려진 후 ‘예술인 복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는데 국회에서 통과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사회에는 풍요의 사각지대에서 그렇게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져 그런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
'영화. 드리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0) 2018.12.03 「나의 아저씨」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0) 2018.04.23 영화 노스 커츄리(North Country) (0) 2018.04.18 마더, 수진의 배냇저고리 (0) 2018.03.15 안개 속의 풍경 (0) 201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