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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악수산문 2018. 5. 25. 18:01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씨름 선수 두 명이 모래판 위에 무릎을 맞대고 샅바를 잡기 시작했다. 두 선수는 서로 유리하게 샅바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던 중 한 선수가 샅바를 세게 당겨 상대 선수의 허벅지를 아프게 했다. 그러자 상대선수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
“나 씨름 안 해.”
트럼프 대통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들으며 떠오른 장면이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 하기로 했던 북미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80여 일 동안 한국, 북한, 미국 3개국의 노력으로 숨 가쁘게 전개해 왔던 북미회담에 대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취소를 선언했다. 선언의 이유가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3명을 석방했고, 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후에 나온 조치이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며 비핵화를 가는 첫걸음을 막 디딘 순간에 나온 충격적인 취소 선언이다. 또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 두 정상이 성공적인 북미회담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귀국한 후에 벌어진 사태이다.
북미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가 그간 꽁꽁 얼어붙었던 북미 관계를 해동시키는 역사적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에 미국은 좀 더 강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주문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간의 북미 관계를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성급했던 판단이었고 북한을 코너로 몰아붙이는 격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름 자존심이 상한 북한은 험한 반응을 보였고, 미국은 한 술 더 떠서 리비아 카다피 운운하며 북한을 자극했다. 이에 북한도 펜스 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사태를 가져왔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하며 트럼프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미국 시민 3명이 돌아왔고, 북한의 핵시설이 파괴되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그렇잖아도 변덕스럽고, 충동적이고, 좌충우돌인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 각국에서 좋게 생각할 리가 없다. 이번 북미회담의 판을 북한에서 깨어버렸다면 사람들은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그간의 행동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세계 1위 국력을 가진 국가임을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거기에 걸맞는 품격과 신뢰를 가지고 그에 따른 책임과 품격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암묵적인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는 트럼프 개인에게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손상을 가져온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두 나라 사이의 회담이 성사되도록 노력해 온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나라에게 한마디 사전 통보도 하지 않는 처사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이 땅에서 길고 어두운 대결과 긴장을 유지하며 조바심을 가지고 살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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