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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남긴 아름다움산문 2018. 10. 1. 14:08
9월이 남긴 아름다움
지독하게도 더웠던 8월을 밀어내며 기다리던 9월이 왔다. 낮에는 폭염에 시달리고, 밤에는 열대야에 잠 못 이루다가 설핏 잠이 들어 새벽인가 싶었는데 바람이 찾아왔다. 끈적이고 질척이며 달라붙던 8월 공기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는데 어느 사이 창을 넘어온 공기의 감촉이 사뭇 뽀송해져 있었다.
(순천 국가공원에서)
9월이었다. 기다리던 9월은 폭염과 물기를 걷어내더니 시원한 기운을 듬뿍 안겨주었다. 나날이 시원한 바람에 새벽에 재채기를 하면서도 창문을 닫지 않고 9월을 맞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9월 이었으니까.
눈 깜짝하는 사이에 9월이 갔다. 간간히 비를 뿌리며 사람들에게 우산을 들고 강가를, 들길을 걷고 싶게 만들었던 9월이었다. 한적한 어느 카페에서는 스미어 나오는 향기와 도란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9월을 닮아 있었다. 코스모스, 해바라기, 억새, 갈대들도 피어나게 만들었다.
(순천만 습지에서)
숲속에서도 찬비를 맞으며 홀로 아름다운 버섯들이 밤사이 초가집 지붕 같은 머리를 들고 촉촉한 땅 위로 머리를 들었다.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숲속 음지에서 피어나는 버섯조차 아름다운 9월이 갔다. 아름다운 9월이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기고 갔다.
(순천 봉화산에서)
9월은 음지에서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생명을 선물해 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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