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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속 용이와 월선이
    독서 2018. 10. 8. 14:12

     

      

    토지속 용이와 월선이  

     

        

         우리나라의 소설(대하소설이나 민족의 역사를 알 수 있는)을 몇 편 꼽아보라고 한다면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최명희의 혼불 등을 들고 싶다. 이 소설들은 우리나라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고난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들이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있는 작품들이다. 이 소설들은 작품의 개성과 독창성이 확보되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어느 작품이나 뛰어난 점이 있는가하면 다소 부족한 점도 있게 마련이다. 장길산이나 임꺽정은 중국의 수호지와 비슷하게 구성되고 전개된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고, 토지에서는 그 무대가 농촌이고 토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농사를 짓는 소작인들의 모습이 치밀하고 세세하게 묘사되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소설 모비딕이 고래잡이 전문 서적이 아닌가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치밀한 고래잡이 묘사를 생각한다면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 소작인들의 묘사가 더 치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인공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에 의해서 작품이 더욱 재미를 더하는 예가 많이 있다. 토지에서도 주인공인 서희나 길상보다는 용이와 월선이에게 마음이 더 간다. 두 사람 역시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월선이 불가촉 천민인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은 결혼하지 못한다. 결혼이 인륜이라면 사랑은 천륜이었는지 용이 결혼한 후에 월선과 다시 해후하게 된다. 그 해후는 어쩌면 예정된 순서였는지 모른다. 강청댁의 포악으로 용이 곁에서 멀어지는 월선, 떠나간 월선으로 인하여 허물만 남은 용이의 삶은 건조하고 삭막하다.

     

       최치수 살해에 관련되어 죽임을 당한 칠성이의 부인 임이네가 고향을 떠났다가 어쩔 수 없이 귀향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냉소와 무관심에 굶어 죽을 수밖에 없을 때 용이는 인간적인 연민으로 도움을 주게 된다. 이런 연민에 기를 쓰고 유혹하며 매달리는 임이네에게 자조적으로 빠져드는 용이의 삶은 윤리적 기준으로 보면 용납이 안 된다. 하지만 산다는 것은 윤리를 넘어서는 허무와 절망의 한 가닥을 부여잡고 사는 것이 아닌지……. 포악한 용이의 부인 강청댁의 죽음과 임이네의 임신으로 원하지 않는 첫 자식을 얻는 용이의 삶은, 인간은 윤리가 우선한다는 것에 대한 냉소일지 모른다.

     

       읍내를 떠났던 월선이의 귀향으로 비로소 삶의 의미를 되찾은 용이 앞에는 강청댁 못지않게 영악하고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임이네가 부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임이네와 강청댁은 표독스럽고 악착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용이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그걸 자신의 생의 에너지로 삼는지도 모른다. 이런 피하지 못할 불행한 운명을 자초한 용이는 전생에 업보가 크다고 할 수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월선이는 용이의 첫사랑이다. 용이는 이미 월선에게 온통 영혼을 빼앗겼지만 부모를 거역하지 못하고 육체만 부모의 뜻을 거역할 수 없는 부초였다. 월선이의 마음 역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여백이 없었다. 용이가 결혼을 했지만 끊임없이 용이의 곁을 맴돌면서 불행한 사랑을 이어간다. 결국 용정까지 따라가서 임이네가 낳은 아들 홍이에게 애정을 주며 용이 만을 생각하면 살아간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한이 너무 깊었는지 월선이는 암에 걸린다

     

       산판일을 끝낸 용이가 월선의 집으로 와서 나뭇잎처럼 가벼워진 월선을 무릎에 눕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이별을 위한 마지막 대화를 한다.

       “니 여한이 없지?”

       “. 없십니다.”

       그리고 용이의 품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용이는 다른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 염을 한다. 마지막 이별이라도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둘이서 나누려는 듯이.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의 죽음을 연상하게 된다. 죽기 전에 소년과 소나기를 맞았던 붉은 스웨터를 입혀서 묻어 달라고 했던 애틋한 사랑을. 죽을 때까지 열병을 앓았던 월선이의 삶은 어쩌면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같이 살지는 못했지만 용이의 마음속에서 활화산처럼 타오르던 월선이는 소유보다 더 강한 망각되지 않는 여자였다.

     

       토지 속에서 토지가 아닌 용이와 월선이를 만나면 토지를 두고 벌이는 최 참판 댁의 지루한 혈투가 다 부질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용이와 강청댁, 임이네와 월선이를 통하여 인간의 피치 못할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하여 당해야 하는 시련과 괴로움 그리고 인간적인 연민에 공감하게 된다.

     

     

     

     

     

       결론은 없다. 다만 인간들의 삶과 사랑이라는 게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고뇌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다고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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