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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었네」황석영독서 2018. 11. 8. 13:30
「사람이 살고 있었네」
이명박 정권 때 금강산 관광을 갔던 사람이 금지구역을 들어갔다가 북한군에게 죽임을 당한 후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고, 남북의 교류협력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던 개성공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중단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 그 후 북한은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듯했다. 핵탄투를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북한과 미국 두 정상은 전쟁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7월 신 제네바 선언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서 남북한 사이에는 평화를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은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여러 차례 합의도 하고, 회담도 했지만 아직도 그 길은 멀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남북 두 나라 만이 아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복의 관계가 엄혹했던 시절에도 용기 있는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처벌을 받았다. 그 중 한사람이 작가인 황석영 씨다. 독재 정권의 압제 하에서 숨을 죽이고 살던 시절 용기 있는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였다. 북한에 대하여 전혀 정보가 없던 시절 북한을 방문하고 쓴 책이「사람이 살고 있었네」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썼다.
‘후계자’문제는 그야말로 ‘반제 농성체제’라고 볼 수 있는 북한 내부의 생존 논리이면서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가는 이행기를 과도적으로 길게 설정한 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었네 통일을 위해 문학의 길을 걷다보면 어디나 조국이었네. 317쪽)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방식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었는데, 작가와 같이 진보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한 나는 그 책의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가 없었다. 진보주의자이고 문학을 하는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그 사회의 음지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또 책 속의 사람들처럼 오로지 한 사람의 절대자(?)를 믿고 모든 걸 그 사람에게 의탁하고 산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속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나름대로 느낀 점을 쓴 적이 있었다. 김영민의「보행」이라는 책을 읽다가 황석영의 「사람이 살고 있었네」에 대한 글을 읽었다. 우리나라의 알아주는 글쟁이며 교수인 김영민은 황석영의「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이렇게 보고 있다.
‘그 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 확인이 뉴스(?)가 되기도 했지만,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자칫 논의의 취지를 놓치고 성근 감상주의에 머물게 할 위험이 있다. 당연히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가?’하고 물어야 한다. 철든 이후 내가 (죄송하게도, 남한 사회의 현실 인식에 그리 철저하지 못했으면서도) 한결같이 북한 사회에 기대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은 ‘나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살 수 없는 사회’라는 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민. 보행. 철학과 현실사. 186)
예전 금강산 관광에서 같이 간 사람이 금강산 안내원에게 ‘한 달 보수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김정일 동지가 다 알아서 해 준다.’고 했다. 북한 주민은 마치 신처럼 군림하는 통치자에게 모든 걸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획일적인 삶의 방식과 개인적인 삶의 방식 중 어느 것이 옳은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한 점이 있다. 우리의 삶의 방식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다만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나는 당연히 자유스러운 삶의 방식을 원할 것이고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의 의사도 존중할 것이다.
남북이 만남의 방식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어느 한 체제가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서로가 조심해야 만남이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색한 만남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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