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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롤리타」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독서 2018. 11. 27. 12:32

     

    소설 롤리타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 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라는 무척이나 시적 언어로 시작하여,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것은 이것뿐이구나.’라는 난해한 독백으로 끝난다.

     

       소설의 처음 시작은 험버트가 롤리타를 무척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표현한다. 험버트의 이 독백은 이 책의 모든 걸 암시해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고, 끝부분은 롤리타를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롤리타 증후군이라는 소아성애증에 대한 용어를 만들어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소설이라고 한다. 1950년대 초반 이 소설이 발표되었을 당시 수많은 비난과 변태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험버트의 나이 37, 롤리타의 나이는 불과 12살이었다.

     

       이 소설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했다. 수많은 비유와 상징, 여러 책에서 끌어다 쓴 에두른 표현, 1인과 3인칭이 혼재하는 문장 등이 지루하고 난해할 뿐만 아니라 5백 쪽이나 되는 분량이 나의 평소 독서 능력으로 감당하기가 녹록치 않았다. 도중에 읽기를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자 주인공 험버트가 님펫으로 생각하는 롤리타에게 광적으로 빠져들고 한시도 그녀를 놓아주지 못하는 편집증 적이고 괴기한 사랑의 정체가 무엇일까 무척 궁금해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혹시 외설적인 장면을 기대하고 이 책을 선택했다면 읽기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은 난해한 심리적 상태가 지루하게 전개될 뿐이다.

    험버트가 처음 롤리타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나의 롤리타는 꿈 많은 천진함과 섬뜩한 천박함을 동시에 지녔다. 광고나 잡지 사진에 등장하는 들창코 아이처럼 앙증맞기도 하고, 구대륙의 (짓밟힌 데이지꽃과 땀 냄새를 풍기는) 어린 하녀처럼 어렴풋한 관능미도 보인다.

    나의 롤리타가 해묵은 내 욕망을 되살려냈고, 그리하여 롤리타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험버트가 14살에 첫사랑 했던 애너벨과 4개월 동안의 짧지만 깊이 각인되었던 사랑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동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오로지 롤리타와 같이 생활하고 싶어서 눈곱만큼도 사랑하지 않는 그녀의 어머니와 결혼한다. 결혼할 당시 롤리타의 나이는 겨우 12살이었다. 10주 만에 결혼한 헤이즈가 험버트가 롤리타에 대해서 병적으로 사랑한 기록한 일기장을 본 후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 후 험버트는 롤리타를 데리고 1년 동안 미국 대륙을 여행하며 단 일분도 그의 시선에서 떼어놓지 않으려는 집착을 보이며 사랑을 한다. 그렇지만 그녀를 사랑하며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날까 걱정되어 한시도 조바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한 생활을 한다. 그녀의 관심과 환심을 사기 위해서 어떤 대가도 다 감내하려 한다.

     

       험버트는 롤리타의 성격을 이렇게 말한다.

       ‘천진함과 기만, 매력과 천박함, 어둡고 시무룩한 표정과 밝고 명랑한 표정을 갖춘 롤리타는 정말 울화통이 터질 만큼 밉살스러운 계집애였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역겨울 정도로 평범한 계집애였다. '

       칭찬과 경멸이 뒤섞인 감정에 사로잡혀있지만 그럼에도 마력처럼 끌리는 롤리타에게 이성을 상실한 채 서서히 자신을 침몰시키고 있다.

     

       험버트는 롤리타에게 끌린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나처럼 마법에 걸린 나그네가 님펫에게 사로잡혀 노예 신세가 되었다면 그건 그야말로 과분한 행복임을 이해하기 바란다. 님펫을 어루만질 때의 희열에 견줄만한 기쁨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님펫이라 생각하는 롤리타라 에 홀린 자신의 처지, 소아성애에 대한 자신을 합리화하지 못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오직 롤리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쾌락 속에서 헤매고 있을 뿐이다.'

     

       1년의 여행 그리고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거짓 아버지 노릇을 하다가 롤리타가 학교를 그만 두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여행하던 중 갑자기 롤리타가 없어진다. 그리고 3년 후 돈을 좀 보내달라는 롤리타의 편지를 받고 험버트는 즉시 그녀를 찾아 나선다. 3년 동안 한시도 잊지 못하던 롤리타를 만났을 때 그녀는 결혼해서 임신을 한 초라한 행색이었다. 그는 그 모습을 이렇게 말한다.

       ‘희미한 주근깨가 박힌 두 뺨은 홀쭉해지고, 드러난 정강이와 팔은 갈색을 잃어 잔털이 눈에 띈다. 갈색 민소매 무명 드레스를 입고 꾀죄죄한 펠트 슬리퍼를 신었다.’

       하지만 험버트의 그녀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4천 달러를 쥐어준 후 여행 도중 그녀를 납치해서 망쳤다고 생각하는 극작가인 퀼트를 죽이고 경찰에 잡힌다. 롤리타를 광적으로, 병적으로 사랑했던 험버트는 그렇게 파멸의 길로 가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미궁이었다. 소설의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게 이 소설의 동기를 묻자 마술사가 어떤 마술을 설명하려고 다른 마술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최초로 작품의 영감을 받은 건 유인원이 그린 자기가 갇힌 쇠창살그림이라고 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대상에 따라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로 분류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 첨가한다면 소애성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이성애자로 살지만 소수의 양성애자와 동성애자가 있다. 이성애자들이 보기에 그들은 지탄의 대상이 될지언정 범죄인은 아니지만 소아성애자는 질 나쁜 범죄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작가가 말한 쇠창살에 갇힌 유인원이 작품의 동기가 되었다는 설명은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험버트가 롤리타를 병적으로 사랑하고 자신을 파멸한 소설은 전혀 교훈적이거나 윤리적이지 않다. 주인공이 그토록 어린 롤리타를 사랑한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한두 번의 욕망의 충족이 아닌 오직 한사람, 롤리타에게 자신의 모든 걸 걸었던 납득한 이유를 찾아보았다.

     

       박범신의 은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 혹은 아쉬움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이 아닐까? 나이를 먹어 늙어간다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소아 혹은 청년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싱싱함과 건강함 그리고 성적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을 바라보며 혹은 소유하면서 자신의 늙음과 상실을 치유하고 위로 받으려는 심리상태. 그 심리상태가 때로는 병적이고 광적인 집착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은교에서 이적요나 롤리타에서 험버트처럼 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롤리타는 쇠창살에 갇힌 인간의 모습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끝부분의 이 문장이다.

       ‘내가 들은 그 소리는 바로 아이들이 노는 소리, 그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가냘프면서도 장엄한 소리, 아득히 멀지만 신기하리만큼 가깝게 들리는 소리, 진솔하면서도 신비롭고 거룩한 소리, 무엇보다 절망적이고 가슴 아픈 것은 내 곁에 놀리타가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화음 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 출판사 문학동네

                번역  김진준 

     

           ※ 외국인이 쓴 책을 읽을 때 문맥이 통하지 않은 번역 때문에 짜증이 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번역에 많은 공을 들여

               소설을 읽을 때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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