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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 안압지에 찾아온 가을그곳에 가면 2018. 10. 22. 15:24
불국사 · 안압지에 찾아온 가을
숨겨둔 혼자만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 같은 10월이 가고 있다.
너무 빠르게 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멀리 달아날 것 같은
붙잡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10월이 간다.
안압지를 가는 길은 무척이나 붐빈다.
길게 늘어진 차들이 사거리에서 멈춘 채
앞 차가 가기만을 기다린다.
30분쯤 기다려 주차장에 도착하자 빈자리가 없다.
사람들이 매표소에 앞에 m자로 늘어서 있다.
그래도 짜증내는 사람 없이 얼굴이 환하다.
불빛에 빛나는 안압지처럼 빛이 난다.
불국사(佛國寺)
박목월
흰달빛
자하문(紫霞門)
달안개
물소리
대웅전(大雄殿)
큰보살
바람소리
솔소리
범영루(泛影樓)
뜬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달빛
자하문
바람소리 물소리
석굴암대불
유치환
목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
천년을 차거운 살결 아래 더욱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먼솔바람
부풀으는 동해 연잎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뜻없이 지새는 흰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뉘라 알랴!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적적히 눈감고 가부좌하였노니.
삼릉 소나무 숲에서 만난
요정과 선녀.
안압지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m자로 늘어서서 입장권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를 데리고 온 가족,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친구, 애인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매표소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 바로 내 앞에 줄을 선 사람에게 어떤 젊은 여성이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 표도 좀 부탁해요."
앞 사람이 망설인다. 선뜻 대답을 못했다.
"두 분 것도 제가 낼 게요."
앞 사람은 돈을 받아 4장을 사서 2장을 넘겨주었다.
표를 받은 젊은 여성은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관광을 온 기분 좋은 자리에서 제지하면 내 기분이 상할 것 같아서.
안압지의 가을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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