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물머리와 세미원
과거 양수리 나루터는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 있던 강원도 정선과 단양,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뚝섬과 마포나루가 지금은 사람들에게 휴식의 공간이 되었다.
겨울 남한강에서
고재종
강물은 끼룩끼룩 철새 떼를 날려선
시방 저렇게 더 큰 적적함을 부르네
구비야 구비야
물기 따라 백리길
마음조차 비포장으로 유유하다 보면
강바람도 쇠리쇠리 먹갈 떼를 일깨워선
어쩌려고 더 큰 쓸쓸함을 쓸어오지
구비야 구비야
세월의 몸된 것을 유수라 하느니
제 흘러온 상처를 금은비늘로 바꾸는
저 물결, 오늘은 세월 밖으로 흐르는데
강변의 드문드문한 마을들도
굴뚝으로 느린 탄환을 하얗게 쏘며
서러움일랑 잘 삭여내어 햇살 받는가
두물머리 나루터에서 무얼 내려놓고 무얼 담아갈까?
가을 추색에 서늘하게 저물어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내 생의 어느 모퉁이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강물에 적셔 흘려보낸다.
'흐르는 강물에 두 번 손 씻을 수 없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오늘의 삶 다시 이 강물에 설 없겠지.
배다리를 건너며
정약용
해마다 정월달이 돌아오면은
임금님 타신 가마 화성으로 행하시네.
가을이 끝날 즈음 배들을 모아
눈 내리기 이전에 다리 이뤘네.
새 날개처럼 가즈런한 붉은 난간
물고기 비늘인양 하얀 널판재 가로로 까니
선창가 저 돌들아! 굴러가지 말고
어버이 사랑하는 임금님 마음
천년토록 길이길이 알려 주려마.
국보 180호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를
기본으로 하여 세미원의 한부분에
소나무와 잣나무를 소재로 정원을 조성하고
그 이름을 세한정(歲寒庭)이라 명명하였다.
두물머리 나루터에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무에게 진솔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한 가지 소원이라도 이루어 달라고
빌면 무거운 일상의 짐 하나 내려놓을 수 있으니,
가벼워진 마음으로 세미원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깨끗히 할 수 있다하니
두물머리와 세미원은 언제 찾아가도 좋을 듯.
안개 자욱한 강물
새벽 하늘을 가르는 태양이 강물에 뿌리는 찬연한 햇살
강물 속으로 지는 석양을
볼 수 없는 흐린 날이거나 비 오는 날이거나
거기에는 늘 나를 다독여주는 두물머리와 세미원이 있으니까.
'그곳에 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산 동국사 앞에서 명성황후를 떠올리며 (0) 2019.06.03 화순 시골 누룩빵집 (0) 2019.04.08 남한산성과 이태원 (0) 2018.10.30 불국사 · 안압지에 찾아온 가을 (0) 2018.10.2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어도, 노인을 위한 빵집은 있다 (0)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