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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동국사 앞에서 명성황후를 떠올리며그곳에 가면 2019. 6. 3. 11:45
군산 동국사 앞에서 명성황후를 떠올리며
군산에 가면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일본식 절인 동국사(東國寺)가 있다. 원래 이름은 금강선사(錦江禪寺)였는데 해방 후 동국사로 했다고 한다. 동국사란 해동대한민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프고 슬픈 사건도,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일도 역사로 남을 수밖에 없으니 일제강점기의 절인 동국사를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에 대한 상징으로 남겨두어 과거의 반성과 미래의 자립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동국사에 갔던 날 아픈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지는 일이 있었다. 단체로 관광을 하러온 일본 학생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의 조상들이 조선을 침략(그들은 진출이라는 용어로 그들이 침략 행위를 미화하고 있다.)하여 남긴 절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식민지 아래에서 신음한 조선 사람에 대한 연민과 자신의 조상들이 침략 행위에 대한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만약 전자의 생각을 가지고 여행하러 오는 것이라면 당장 동국사를 부셔버리고 싶었다.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우리 조상들에게 저지른 악행은 천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제국주의적 힘의 논리에 침략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그 중 최근에 알게 된 명성황후에 대한 비인간인 살인과 범죄에 대하여 자세히 알게 된 후 분노로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을미왜변 당시 정부고문으로 와 있던 '이시즈카 에조'라는 인물이 당시 일본 법제국장에게 보낸 편지 형식으로 된 정식 보고서가 있는데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 해 놓았다고 알려져 왔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그 내용을 보면 너무 충격적이다.
‘먼저 낭인들이 20명 정도 궁에 쳐들어와서 고종을 무릎을 꿇게 만들고 이를 말리는 세자의 상투를 잡아 올려서 벽에다 던져 버리고 짓밟았다. 그런데 명성황후를 발견하자 옆구리 두 쪽과 배에 칼을 꽃은 후 시녀들의 가슴을 도려내고 명성황후의 아랫도리를 벗겼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20명이 강간을 했다. 살아 있을 때에도 하고, 한 6명째에 죽어있었는데에도 계속했다.. 사체에 하는 것이 시간이고, 살아있는 인간에 하는 것이 윤간인데 명성황후는 시간과 윤간을 다 당했다. 그리고 기름을 부어 불 태웠다. 또 그것을 뜯어말리는 충신의 사지를 다 잘라버렸다.’
하지만 위 내용이 에조보고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후에 일본 역사학자가 에조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위와 같은 내용을 썼던 것이 진실같이 전해져 온다.
에조보고서 원문에는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특히 무리들[野次馬達]은 깊이 안으로 들어가 왕비를 이끌어내고 두세 군데 칼질을 저질러 (刃傷을 입히고 나서) 나체로 하고 국부검사(우습기도하고 화가 치미는 일입니다(可笑又可怒)를 하고 마지막으로 기름을 뿌려서 태워버렸다든가 참으로[誠히] 이것을 쓰기 염려가 됩니다.’
명성황후 시해 당시 진실은 모른다. 에조가 직접 보고 그 사건이 있은 후 바로 며칠 후 작성한 보고서라 그래도 가장 믿을만하지만 자기들의 엄청난 범죄를 축소하려고 했을 것이다.’ (초롱초롱 박철홍의 역사는 흐른다 144의 일부)
낭인이란 일본의 사무라이들일 것이고, 명성황후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은 일본 정부라는 것은 뻔뻔한 일본인은 제외하고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원군, 고종, 명성황후는 조선을 부흥시킬 수도 있었지만 권력의 쟁취에만 눈이 멀어 조선을 일본에 빼앗기는데 가장 책임이 큰 사람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단죄하거나 책임을 묻는 건 당연히 우리 민족이 할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사무라이들을 시켜 조선의 국모를 가장 치욕적이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죽였다. 결코 있을 수 없는 범죄다. 생각하면 할수록 치가 떨리고 끓어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더구나 오늘날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이 혐한으로 우리나라와 국민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행태나, 우리 함정 가까이 초계기를 보내 우리 함정과 우리 정부의 반응을 떠보는가 하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 위안부에 대한 부정, 강제로 끌어가 노역을 시킨 범죄에 대한 그리고 더 혐오스럽고 가증스러운 일은 아베총리가 일본 헌법을 수정하여 자위대가 아닌 군대를 보유하여 무력을 통한 힘의 우위에서 서겠다는 야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지금의 일본처럼 노골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침략을 합리화하고 군국주의(혹은 제국주의)로 회귀를 야욕을 드러내는 경우는 없다. 이런 일본의 행동은 앞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이나 염려가 된다. 역사적으로 일본에게 뼈아픈 치욕과 주권찬탈을 당한 우리로서는 이런 일본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다시는 임진왜란이나 36년 동안 나라를 빼앗긴 비극을 반복할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떤 행동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일본을 대하고 경계해야 할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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