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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화전이 생각난다면
요즘 귀촌과 귀농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다. 그 사람들의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아기들의 울음소리, 골목에서 요란스레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가 거의 사라져가는 시골에 사람들이 다시 모인다는 건 어떤 의미로든 반가운 일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과 잡지 등에서 시골에 지어진 멋진 전원주택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꿈을 꾸어보았을 것이다. 건강에 좋다는 친환경 목조주택이나 황토 집을 짓고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뛰어난 풍경 그리고 아파트 못지않게 설계되고 꾸며진 실내 모습을 보며 누구나 부러운 마음을 가져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그런 멋진 집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마음은 가까이 할 수 없는 너무 먼 전설 같은 집들이기에 유행가 가사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뿐.
그래도 시골에서 살고 싶다면 자기 형편에 맞는 집을 고르면 되지 않을까. 시골에는 빈 집들이 많이 있다. 그런 집을 구해(세나 구입) 간단히 수리해서 살 수 있다. 푸릇한 잔디 위에 내리는 빗방울의 부드러운 소리가 소원이라면 마당에 잔디를 심고 잡초를 부지런히 뽑아주면 되지 않을까.
눈높이를 낮추면 적은 비용으로도 주말 귀촌을 해서 작은 터에 채소를 가꾸어 먹는 재미를 맛볼 수 있고, 좋아하는 과일나무라도 몇 그루 심어서 꽃 피고 열매가 열리는 모습을 즐길 수도 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작은 규모든 큰 규모든 시골집에서 살려면 머슴과 가정부가 되어야 한다. 모기, 파리, 지렁이 등을 감수해야 하고 때론 뱀이 똬리를 틀고 시커먼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도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쥐라도 지나가면 지구가 무너지기라도 하듯 난리를 친다면 옆집 할아버지 할머니가 혀를 찰 테니 그도 조심할 일이다. 뭐니 뭐니 해도 시골생활에 가장 머리 아픈 강적은 잡초라고 할 수 있다. 비 한번 오고 나면 퍼런 카키색 군복을 입은 침략군처럼 몰려오는 풀들의 공격. 뽑고 또 뽑아도 침략군은 질리도록 공격해 온다.
이런 것들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귀촌을 한다면 이른 봄 화단에 핀 진달래꽃을 따다 화전을 만들어 옛날 선비들처럼 시를 짓고 풍류는 즐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친구와 다정하게 막걸리 한 잔은 나누어 마실 수 있지 않겠는가. 귀촌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골스럽게 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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