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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와 심석희
2018년 1월 10일 JTBC 뉴스 룸의 앵커 브리핑은 이렇게 시작했다.
“오늘은 저의 매우 사사로운 얘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성은 저와 다르지만 발음은 자칫 맥 놓고 들으면 그마저 저의 성과 비슷하게 들려서 가끔씩 언론에서 손석희 선수라고 나오는 경우까지 있었지요.”
여기까지 들었을 때 이미 마음을 흔드는 따뜻한 언어로 콧마루가 시큰해졌다. 그가 요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심석희 선수에 대한 아픔을 어루만져주기 위한 브리핑임을 하고 있었다. 그의 감정을 누른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저는 진심으로 그가 다시 그의 큰 키만큼 그의 삶도 성장하고 또한 그만큼스케이팅도 행복하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 그래도 그가 빙판에서 엉덩방아를 찧어서 제 입에서 남들보다 두 배 큰소리로 ‘어이쿠’ 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로 매듭을 지었다.
이 말은 심석희 선수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그 어떤 언어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울림을 담고 있었다. 빙판에서 아픔을 겪은 심석희가 있었다면 언론에서는 그를 진솔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손석희가 있었다. 어제의 앵커 브리핑은 어떤 심리학자나 의사의 말보다 심석희 선수나 가족 그리고 국민들을 치유하는 이야기였다. 손석희 앵커가 방송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시청자들을 상대로 감정의 분출을 억제한 채 심석희에게 주는 위로의 언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심석희 선수가 보았다면, 나중에라도 본다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큰 치유의 말이 될 것 같다.
앵커 브리핑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늘 진실하고 담백한 언어로 절제된 비판과 위안을 주고 있다. 때로는 정의를, 때로는 공정을 이야기 하며 함께 살아가야 할 힘없는 사람들에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앵커 브리핑을 볼 때마다 사용되는 언어의 적절성과 군더더기 없는 간결성 그리고 두루뭉술 넘어가지 않는 명징함에 매료되곤 한다. 그때마다 그 언어의 선택과 그 언어를 찾아내기 위해서 쏟았을 노력들을 가늠해 본다.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유튜브에서 국뽕적 시각에서 제공된 동영상들 중에서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등이 있다. 그렇지만 국뽕적 시각이 아닌 보편적인 관점에서 우리에게는 JTBC 뉴스 룸의 앵커 브리핑이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자부심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