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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등병의 편지
    산문 2019. 1. 15. 12:52

     

     

     

    이등병의 편지

     

            얼마 전 강원도 화천에서 김 모 이등병의 면회를 하고 오던 가족 3명과 김 모 이등병의 애인이 교통사고로 이승을 떠났다. 이런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느님도 무심하시지라는 하늘을 원망하는 자탄밖에 없다. 이 땅에 사는 남성은 만 19세가 되면 징병신체검사를 받고 그 판정에 따라 군에 가거나 공익요원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다른 이념을 가진 체제로 6.25라는 비극적인 동족 간의 전쟁을 겪었고, 그 후에도 무장공비 침입, 서해교전 등 소규모 전투를 경험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고 하루 빨리 남북이 통일이 되거나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긴장과 대립을 풀고 평화가 오기를 빌었다.

     

       하지만 아직도 오지 않은 한반도의 평화로 인하여 오늘도 많은 젊은이들이 입영소를 향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고 있다. 그렇지만 이 나라 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군 면제를 받고 이 나라 주류로 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군생활의 경험이 없어서 군에 대한 물정도 모르면서 전쟁 불사론을 외치는 정말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많다

     

       남자들은 대개 대학 재학 중에 군대를 가게 되는데, 시간적인 허비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부담 그리고 군에 가 있는 동안 알고 있던 지식 단절이라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여자들은 남자들이 군에 가는 것을 당연시하고 군에 다녀온 남자들에게 조금만 혜택이라도 주려고 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군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공감하려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한다.

     

      “여자는 아기를 낳잖아.”

     

       아기를 낳은 건 개인의 선택이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커다란 기쁨이다. 이런 비교가 가당키나 한 건가?

     

       지인이 자신의 아들을 전방에 입소시키고 돌아오면서 흐르는 눈물을 추체하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심한 가슴앓이를 하며 한동안 우울증에 빠졌다고 했다. 영화 20도가 오르내리는 전방에서 밤을 지세우고 있는 남자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남자에게 주는 작은 혜택을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마냥 비난할 일을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이 군대에 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남성을 군대에 보내는 집단은 여성이 아니라 국가다. 그런데도 남성=군대라는 이 절대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모든 국민은 병사가 되어야 한다는 1950년 국민개병제(皆兵制) 도입 그리고 1962년 국방부가 직할했던 시·(市道) 병무청이 설립될 즈음, “병사구사령부(병무청의 옛 이름)는 조폐공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으로 병역을 면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모든 남성이 군대가 간다는 통념은 애시당초 신화였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 남성의 복무 경험은 이전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다. 국방부의 정책대로, 병역은 점차 취업과 자기 계발의 경험으로 발전할지 모른다.

    경향신문 [정희진의 낯선 사이]군대 가는 남자, 보내는 남자 정희진 | 여성학자

     

     

       정희진 씨의 말을 뒤집어 말해보면 모든 여성이 군에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 많은 여성들이 군에 지원하여 군 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여성이 군에 안 간다는 통념은 애시당초 신화였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헌법 제391항에 적시된 대로, 여성은 병역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의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에서 여성이 군에 가지 않는 것을 법으로 보장해 주었다고 군에 가는 남성들의 불이익을 무시해도 좋은 건 아니다. 여성들은 남자들이 군에 가서 고생하는 처지를 이해하고 다소라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그래도 인간적으로 가져야 할 도리가 아닐까?

     

     

     

       화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이승을 하직한 김 모 이등병의 애인 손에는 그가 쓴 10통의 개봉하지 못한 편지가 있었다고 한다. 가슴이 저려오는 사고였다. 아마 김 모 이등병의 편지도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이등병의 편지

    김현성 작사 작곡 김광석 노래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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