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메밀꽃 필 무렵과 이효석의 헤이즐넛 커피
    독서 2019. 4. 10. 11:31

     

    메밀꽃 필 무렵과 이효석의 헤이즐넛 커피

     

     

               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한집 건너 카페라고 할 정도로 많은 카페를 만나게 된다. 커피 향에 이끌려 카페로 들어가 카페라떼를 주문한다. 탁자 위에 놓인 카페라떼를 보고 실망할 때가 많다. 진한 커피와 부드럽게 거품이 잘 섞인, 솜씨 좋게 무늬가 그려진 가페라떼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섬세하게 그려진 무늬를 보면 커피 맛을 보지 않아도 대충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혀에 착 감기는 바디감, 싱겁지 않고 칙칙하지 않은 부드럽게 와 닿는 느낌의 커피를 만나는 날은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 작품(메밀꽃 필 무렵)은 이효석의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그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그가 향토적이고 서정적이며 토속적인 사고를 가진 전형적인 농촌문학 작가라고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과연 이효석은 농촌의 서정을 그린 작가일까? 결론은 정반대이다. 그는 1930년대 대표적인 모더니스트였다 소위 모던 뽀이가 그의 본모습이며, 한국의 대표적인 딜레탕트였던 것이다.’

     

     

     

     

     

       ‘그의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를 보면, 이효석의 수준 높은 커피 취향과 내공이 들여다보인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 발견한 개암 열매와 갓 볶아낸 커피 향. 그것은 바로 우리가 즐겨 마시는 헤이즐넛 커피이다. 헤이즐넛 커피는 커피의 한 종류가 아니라, 헤이즐넛 향을 커피에 스미게 하거나 함께 갈아낸 향 커피(Flavored Coffee)이다. 그는 된장국에 묵은 김치를 곁들여먹는 아침보다는 빵과 버터, 커피 등과 같은 콘티넨탈 스타일 블랙퍼스트를 즐겼으며 모차르트와 쇼팽의 피아노곡 연주와 프랑스 영화를 탐닉했다.’

     

       ‘그는 때때로 백화점에서 갓 복아낸 커피콩을 갈아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제 모양을 어린애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을 즐기면서 산다.’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이효석의 향 커피에서. 그림 김윤아, 지은이 김용범

     

      〈낙엽을 태우면서을 읽었던 사람은 그 내용을 다 잊어도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라는 구절이 생각이 날 것이다. 이 구절은 이효석이 평소 커피 애호가 남달랐음을 나타내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낙엽을 태울 때의 냄새를 커피 냄새로 느낄 수 있다니! 메밀꽃 필 무렵의 토속적인 작품을 쓴 그가 평소 생활은 서구적인 취향을 가진 당시 첨단을 가는 모던이스트였던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처럼 서정적으로 우리의 메밀밭을 서술한 그가 서구적인 취향과 생활방식을 가지고 생활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서구적 생활을 했지만 그도 역시 토속적인 향수를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른다. 가을 봉평을 찾아 가 하얗게 핀 메밀꽃 위에 달빛이 쏟아질 때 길가의 원두막에 앉아 헤이즐넛 커피의 향과 메밀꽃 향에 취하며 이효석과 만나보는 건 어떨지.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자크의 사랑과 커피  (0) 2019.09.20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0) 2019.07.15
    이사도라 던컨과 카페라떼  (0) 2019.04.05
    사랑과 술  (0) 2019.03.27
    화면 속 연예인 이미지와 민낯  (0) 2019.03.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