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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던컨과 카페라떼독서 2019. 4. 5. 14:22
이사도라 던컨과 카페라떼
“당신은 누구와 어떤 커피를 즐겨 마시나요?”
마주 앉으면 마음이 편안한 사람과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지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겨 마시는 커피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마신다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더 즐거울 수도 있지 않을는지?
이사도라 던컨이 맨발에 그리스풍 튜닉을 입고 춤을 추는 사진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엄격하게 규격화된 발레 복장의 춤사위에서 느꼈던 고전적인 우아함이 아닌 전위적인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미국에서 가축 수송선을 타고 유럽으로 건너간 이사도라 던컨. 고생 끝에 도착한 유럽은 그녀에게 처음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열어준 것은 아니었다. 침울한 런던의 생활 속에서 그녀는 혹독한 시련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지향 목표를 정한다. 그것은 고대 그리 정신의 회복이었다. 고대 그리스 여인들의 몸짓 속에서 그녀는 바람과 같은 자유의 숨결을 찾아냈다. 그리고 튜닉을 입고 몸의 실루엣을 드러낸 이사도라 던컨은 바람결 같은 몸짓으로 고대 그리스 정신을 부활시켰다.
그것이 완성되는 동안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에 그녀를 지탱하게 해준 것은 한 잔의 커피와 딱딱한 빵 한 덩이였다. 커피, 그것은 바로 그녀의 생존이었다. 이사도라 던컨에게 커피는 생명의 양식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힘으로 유럽의 무용계를 굴복시켰고, 20세기 모던 댄스의 첫 장을 열게 된다.
우리는 시간의 대부분을 대영박물관에서 보냈다. 레이몬드는 그곳에서 그리스의 항아리 부조를 모두 스케치했고 나는 그것을 춤으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다. 발의 리듬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움직임과 디오니시스적인 것을 조화시킨 어떤 흐름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대양박물관 도서관에서 매일 몇 시간씩을 보냈다. 그리고 휴게실에서 둥근 빵과 우유를 탄 커피로 점심을 먹었다.
※이사도라 던컨,(이사도라 던컨, 나의 예술과 사랑) 중에서
이사도라 던컨이 마신 커피는 커페오레가 분명하다. 우유가 들어있어 부드러우므로 프랑스에서는 주로 아침에 마신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카페띠에라Caffettiera라고 한다. --- 이사도라 던컨이 마신 커피는 우리가 흔히 카페라떼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 그림 김윤아, 지은이 김용범 이사도라 던컨 커피 중에서)
무용을 새롭게 창조한 이사도라 던컨, 그녀의 사랑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그녀보다 열일곱 살이나 어린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과 결혼했다가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다가 결국 헤어지고, 시인은 이혼 다음해에 ‘잘 있거라, 벗이여’라는 시를 남기고 목을 매 죽음을 택한다. 천재들에게 사랑이랑 늘 서툴고 부자연스러운 옷처럼 어울리지 않는 선택인지 모르겠다. 세르게이 예세닌이 죽은 4년 후 이사도라 던컨은 2미터나 되는 붉은 스카프가 자동차 바퀴에 감기며 목이 부러지며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녀가 창조했던 무용만큼이나 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다.
카페라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에게
카페라떼에 그려진 그림이 이사도라 던컨의 춤사위이거나 그녀의 붉은 스카프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고 상상하면 눈과 입이 더욱 감미롭지 않을는지.
순천 '씨에떼' 가페의 가페라떼.
내가 마셔본 카페라떼 중 최고의 맛!
(여수 만성리 바다가 보이는 카페 '베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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