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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숨 고르기(봄봄 카페)그곳에 가면 2015. 4. 23. 15:43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숨 고르기(봄봄 북카페)
장 선생을 처음 만난 건 여행 강의 수강자로 강의가 시작된 첫 날이었다. 그때 장 선행의 얼굴에서 밝은 광채가 나고 있었다. 사람의 얼굴은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기운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기에 놀랐다. 사람의 일상과 삶이 어느 정도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라면 그 밝은 기운은 장 선생이 삶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때 교사(중학교)를 잠시 쉬고 휴직 중이라고 들었다. 몇 달이 지난 후 장 선생이 카페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봄 북카페에서 장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 궁금증이 풀렸다. 교직 생활 동안 점심을 거의 먹지 못했다고 했다. 다이어트나, 소화기관이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독이려는데 달리 시간을 낼 수가 없고 점심시간에나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노력으로 한 학생이 1학년 때는 점심시간에 밥이나 먹으려고 학교에 왔는데 2학년이 되자 아침 아홉시까지는 등교하게 되었다.(아침에 전화로 깰 때까지 전화) 점심을 굶으며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니다. 이런 장 선생에게 선배 교사나 동료 교사들이 ‘그러다가 쓰러진다’고 말렸다.
순천에서 광주로 통근을 했는데 새벽에 일어나 수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남편이 안타까워했다. 그냥 적당히 가르치고 넘어가지 못하고 또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보듬어 안으려고 14년을 온 힘을 쏟다보니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 결국 휴직을 하게 되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휴식과 독서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학교에 머물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사표를 냈다. 나만의 작은 공간을 찾다가 세가 비교적 싼 순천 구시가지에 북카페를 열었다. 작고 아담한 북카페에서 하루가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앞으로 한 십 년 동안 나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학생들 곁으로 갈 계획이다. 학교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지금 선생이라는 호칭은 존경이나 스승이라는 본질에서 멀어졌고, 아저씨나 아줌마를 대신하는 일반적인 호칭으로 변하고 말았다. 어떤 정치인에게 선생이라고 했더니 자신을 낮춘다고 화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 선생이라는 말이 이렇게 하찮은 말이 되고 말았지만 아직도 장 선생처럼 정말 혼신을 다해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진짜 스승들이 있다. 까닭에 일반적인 호칭으로 아무에게나 선생이라고 부르지 않기를. 존경하고 존중할 때 교사들은 진짜 선생이 되려고 노력할 테니까.
장 선생은 이제 북카페 사장이 되었다. 작고 아담한 북카페(봄봄)에서 다정하고 따뜻한 만남으로 책도 읽고, 아이들에 대한 상담도 하고 착한 가격의 커피도 마시면, 언젠가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가 그들을 감싸않을 장 선생의 온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는지.
봄봄 북카페는 순천남초등학교 오거리에 낮은 자세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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