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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와 화장
「시사 인」에서 ‘페미니스트로 잘 사는 법’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녀가 평등해야 된다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자신의 외모가 마치 타인(혹은 남성)을 위해서 가꾸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음 문장을 읽어보며 이런 행동이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게 된 후 몇몇 개인적인 실천을 시도했다. 가령 독점 연애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무례한 말, 특히 반말과 외모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화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이용하기 않기로 했다. 아이돌 영상을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우유와 치킨과 삼겹살을 먹지 않기로 했다. 이 모든 실천을 결심한 데는 구조의 통찰 끝에 찾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1-2년 이상 실천한 것도 있고, 그만둔 것도 있다.
불과 몇 행 되지 않는데 ‘독점 연애’, ‘패스트패션 브랜드’, 구조의 통찰‘ 같은 난해한 말들이 들어있다. 사전과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독점 연애‘라는 말을 끝내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문맥 상 유추해 보면 한 사람과 연애하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란 뜻을 검색해 보니 이렇게 나와 있다. ‘패스트패션은 1~2주 단위로 신상품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 스웨덴의 H&M, 미국의 포에버21 등이 있다.’
‘이 모든 실천을 결심한 데는 구조의 통찰 끝에 찾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적 통찰’의 의미 역시 얼른 다가오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가 사회적 구조인 듯도 하고, 남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남자들의 여자들에 대한 억압적인 구조인 듯하다. 페미니스트가 되면 이렇게 모호하고 어려운 표현을 써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불과 한쪽도 제대로 못되는 글을 읽는데 정확한 의미를 알아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어디에 투고를 한 글이라면 읽는 사람이 쉽게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언어를 쓰는 것이 당연할 것 같은데 페미니스트는 살려면 그렇게 어렵게 써야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그 글을 끝까지 읽은 까닭은 논리적, 실제적인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의 글처럼 하는 게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도 이해가 잘 안 된다. 그건 페미니스트의 삶의 방식이 아니라 일반적인 삶을 사는 사람일지라도 어느 순간 살아온 방식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화장을 안 하고, 유행하는 옷을 안 입고, 우유를 안 마시는 것 등이 페미니스트의 삶의 방식이라면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을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페미니스트와 별 관계가 없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따른 삶이 방법 아닌가? 페미니스트라면 화장을 안 하고 민낯이어야만 하는 건가? 화장을 하거나 성형을 하는 행위는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위한 자신에 대한 사랑의 관점도 무시할 수 없는데.
또 결혼을 안 하는 것도 페미니스트라면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결국 소멸의 단계로 나아가는 출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키우며 부부가 가사를 분담하며 평등하게 사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대접을 받는 삶의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걸 포기하는 건 인간 아니 모든 생명체에서 그 종의 종말로 가자는 사고방식인데. 이 세상에 태어나서 새 생명을 낳아서 완전한 인격체로 만든 것보다 더 신성하고 위대한 일이 또 뭐가 있을까?
역사에 대한 관심이나 독서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세계 역사 유적지 여행하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생산이나 농사일 같은 노동을 혐오하며 자신만의 성취감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이른바 「서구의 몰락」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마치 페미니스트가 사는 삶의 방식인 것처럼 주장하는 글이 무척이나 낯설고 공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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