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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현상인가 참상인가산문 2015. 6. 16. 16:20
메르스 현상인가 참상인가
지금 메르스가 나라와 국민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먼 중동 낙타에서 발생하는 낯선 이름의 바이러스를 현대화된 문명과 의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병을 치료해 할 병원에서 전염되는 이 불가사의한 전염병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빠르고 광범위한 전염력을 가지고 번지고 있다. 의사와 관계된 사람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끈질긴 바이러스는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날마다 새로운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던 관광객들은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렸고, 국민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마트나 시장이나 행사장에 가는 걸 가급적 삼가하고 있다.
인류는 끊임없이 질병에 시달렸다. 13세기에는 나병으로, 14세기에는 흑사병으로 6천만 명이 죽었으며, 15세기 말부터 16세기에는 매독으로, 17세기부터 18세기에는 천연두로, 19세기에는 결핵과 콜레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20세기 초에는 스페인 독감으로 최대 5천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이 수는 1차 세계대전으로 죽은 사람의 3배에 달하는 수라고 한다. 그 후에도 에이즈, 에볼라 등으로 인류는 공포에 떨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스와 신종플루를 겪으며 진화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다.
메르스가 발명하기 전 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100그램으로 300만명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을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배달되어 국민들이 충격을 주었는데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메르스가 나라를 흔들어 놓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먼저 이 작은 생명체는 크기에 차이가 있다한다. 세균은 1-4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로 생물체의 분해와 생산에 관여하는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한 생물체다. 음식을 발효시킬 때도 꼭 필요한 생물체다. 대장균, 0-157, 헬리코박터 같은 균을 떠올리면 되겠다. 세균에 의해서 병에 걸릴 때는 수백만 개의 균이 존재해야 가능하고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반면 바이러스는 10-100 나모미터(10억분의 1미터)로 매우 작아서 세균을 볼 수 있는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고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세균과 달리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의 세포 속에서만 증식할 수 있고 적은 수의 바이러스만 있어도 병을 일으킨다 한다. 감기, 사스, 홍역, 간염, 소아마비 등을 일으키며 항생제로는 죽지 않고 예방백신으로만 막을 수 있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까닭을 되돌아보면 정부가 메르스에 대한 사전 준비나 연구 그리고 발병했을 초기에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게 이번 사태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정부에 질병관리본부(2003년 사스 발병 후 국립보건원을 격상시킴)도 있고, 보건복지부도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 봄에 메르스가 크게 번질 것이라고 세계 각국에 알려주었다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통보가 없더라도 위 두 기관에서는 국지적으로 혹은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거나 번질 위험이 있는 질병에 대하여 사전에 연구하고 준비를 해야 마땅할 텐데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또 그런 환자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해야 할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이런 까닭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는 무대책에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 메르스 환자 발생했을 때 내놓은 예방책이 ‘낙타 고기를 먹지 말 것. 낙타를 가까이 하지 말 것’ 등 참으로 동문서답 식의 대처를 했다. 나는 아직까지 낙타 고기는 고사하고 낙타를 가까이서 본 적도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는 걸 보며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가 과연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관이며, 전문가가 있는 곳인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메르스가 번지기 시작했을 때 정부는 병원 이름을 공개하라는 언론과 여론에도 불구하고 병이 발생한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라는 참으로 궁색했다. ‘국민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줄 수 있다’는 이유라고 했다. 역사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 아닌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의 침략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 보냈던 황윤길과 김성일이 돌아와 임금에게 정반대되는 의견을 말한 후 임금과 대부분의 관리들은 일본이 침략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김성일의 말을 믿었다. 어쩌면 일본이 침략해 오지 않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이미 일본이 침략해 오리라는 소문이 돌아서 백성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임금과 신하들은 지금과 똑같은 이유에서 일본이 침략해 오지 않는다고 임금이 단정적으로 못을 박았다. 그 결과 어떠했는지는 여기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초기에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음으로 해서 감염된 잠재적인 환자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접촉하고 돌아다녔다. 정부의 그런 태도는 오히려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고 자연히 유언비도 떠돌았다. 또 정부는 3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고, 어린이들도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발병하지 않고 지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유언비어는 국민들에게 불안을 줄지 몰라도 정부의 거짓말처럼 곧바로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이번 사태로 병원이 폐쇄되고, 사람들이 격리되고, 환자가 발생한 마을 사람들을 격리하기 위하며 마을 입구를 폐쇄하고,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며 전염병에 대한 소설과 영화가 떠오른다. ‘감기’라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해 한 도시를 완전히 절멸시키려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대통령의 숨 막히는 대결과 참극,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라는 영화에서 영장류에서 발생한 붉은 눈 증상으로부터 시작되는 전염병이 영국을 초토화시키고 세계로 퍼져가면서 생기는 좀비, 군인들의 여자에 대한 강간으로 겪게 되는 공포와 인간성에 대한 회의. 그리고 정유정의 ‘28’과 포르투갈의 사라마구의‘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에서 급속하게 번지는 전염병과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갈등과 국가권력의 폭력성 등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 일까.
메르스는 지금 다른 나라에 볼 수 없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3차 감염자에 이어 4차 감염 혹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2015.6.16) 하루 빨리 메르스가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초기 정부의 안일한 대처 후 심각하게 번진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발병이 병원에서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며 이제 우리나라의 병원 운영과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족이나 친지들이 시장에 가듯 문병을 가는 문화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병원 응급실에 가면 환자 가족들이 몇 명씩 따라온다. 병원에서도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한다고 한다. 환자들은 격리되지 않고 무방비로 개방되어 있어 다른 환자들의 모습과 비명소리 등을 다 보고 들어야 하는 응급실. 병원인지 시장인지? 입원실에도 마찬가지다. 보호자는 물론 친지들이 아무 때나 우르를 몰려가서 문병을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 수준으로 병원 응급실이나 입원실의 구조와 운영을 달리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번에도 메르스가 진정된 후 천저한 분석과 반성으로 정부의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변화와 병원 운영에 대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이런 사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재앙을 겪으며 이번 일일이 단순한 현상인가 참사인가를 생각해 본다.
자꾸만 이 말이 떠오른다.
설후시지송백조(雪後始知松栢操)
눈이 온 뒤에 비로소 송백이 지조를 알 수 있고
사난방견대부심(事難方見大夫心)
일이 어려워야 바야흐로 장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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