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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보리밭
유안진
아직 푸른 네 가슴
청 보리밭 위에
갉을 익히는
나는 노고지리새
풋보리 익어 가는
보릿고개 막바지에
배고파 배고파
허기진 혼자 사랑
비오는 보리누름
울음 마디 풀어지며
떨어지는 새 한 마리
내 젊었던 그 한때여.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가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보리는 우리 민족에게 애증을 함께 주는 곡식이다. 보리밥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실증하듯 보기도 흉하고 식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지만
보리는 해방 후 우리 민족이 목숨을 연명하게 해 주었던
중요한 곡식이다. 고구마, 옥수수, 보리 같은 식량으로
겨울을 나고 보리가 나오는 6월까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무척이나 어렵게 봄을 넘겨야 했다.
오죽하면 ‘이 고개 저 고개 힘들다 해도 보릿고개만 할까.’라는
말이 생겼을까.
이건 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30-40년 전의 우리의
이야기다. 다행히 우리는 피나는 노력으로 공업사회로 전환했고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 부자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골에서도 이제 보리밭을 보는 게 쉽지 않다. 보리밭이 관광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보리를 심어 관광지로 만든 곳이 있겠지만
전북 고창도 그중 한 곳이다. 30만 평의 시원한 보리밭이
펼쳐진다. 바람이 불면 녹색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초봄에는
청보리, 5월 말이 되면 황금 물결이 일렁인다. 청색이든
황금색이든 원하는 때를 맞추어 가면 부드럽게 가로놓인 완만한
경사에서 눈을 시원하게 하는 보리밭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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