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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 동백꽃그곳에 가면 2021. 3. 3. 12:32
2012년 여수엑스포가 열린 후 여수를 찾은 사람들의 수가
점점 증가하여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해마다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고 한다.
인구 30만 명이 채 안 되는 도시에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
이 찾아오며 여수에 사는 시민들은 주말만 되면 교통지옥으로
고생하고, 음식값이 치솟고 음식의 질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바다 위로 케이블카가 놓이고 그 아래 이순신공원에는 밤이면
‘여수밤바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관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엑스포가 열리기 전 여수를 찾는 사람들은 여수 오동도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른 봄 푸른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바다 한가운데 동백나무로 덮인 오동동에서 붉은
동백꽃일 만개한 모습, 오래된 큰 나무에서 떨어지는 동백꽃
소리, 붉디붉은 색을 간직한 채 선연한 모습으로 땅에
떨어져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동백꽃은 먼 길을 달려 오동도를
찾은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세상 모든 꽃들은 필 때 아름다운 색과 모양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아름답고 단아하고 정결하고 고귀한 꽃이 시드는 모습은 우아함을
잃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변한다. 하지만 질 때도 아름다운 꽃들이 있다.
질 때도 아름다운 꽃은 벚꽃과 동백꽃을 들 수 있다. 벚꽃은 피자마자
곧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꽃잎 한 장 한 장을 미련 없이 버린다.
벚꽃이 떨어지며 꽃보라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은 화려하기까지 하다.
반면 동백꽃은 꽃잎 한 장 한 장을 따로 버리지 못하고 통째로 몸을
날린다. 왜장을 안고 남강으로 지는 논개의 모습이 그랬던 것처럼.
온몸으로 떨어질 때 그 소리가 밤의 고요를 깨뜨리는 소리는
비장하고 처연하다.
혹시라도 고요한 밤에 키 큰 동백나무에서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소리를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동도 동백꽃
된서리 차가운 입김
아직 머물러
해토머리 채 풀리지 않은
대지 위에 독립만세 부르던
유관순 혼이 되어
붉은 정열 간직하고
채 다 피우지 못하고
낙화로 집니다.
온몸으로 부르던 조국
머리카락 한 올 버리지 않고
이 땅에 온전한 동백꽃으로
집니다.
옷고름 단단히 여미고
겨울 눈보라, 한기 고스란히 담아
붉디붉은 열정으로
넋과 혼으로 이 땅에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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