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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제 망해사
    그곳에 가면 2021. 2. 18. 11:44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엇일까?

    승과 속의 경계는 어디일까?

    (망해사 입구)

    인간은 왜 그리 연약할까?

    영생, 천당, 종말 같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허용이 안 되는

    말에 끌려 자신을 파괴할까?

    종교적 신념.

    거기에 함몰되어 자신, 가족, 사회에 해가 되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까?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속아 돈을 맡겼다가

    송두리째 빼앗기고 울부짖는 것일까?

    말이 안 되는 유혹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스산한 인간사만큼이나 안개가 자욱한 날 김제 망해사

    (望海寺)로 향했다.

    보통 절은 깊은 산속에 숨어 그 속에 속과 벽을 쌓은

    수행자들이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렇지만 망해사는 깊은 산속이 아니라 바닷가 바로

    옆에 자리한 작은 절이다.

    절에서 바라보면 끊없이 펼쳐지는 서해의 펄이 드러난다.

    어느 날 석양 무렵에 물이 빠지고 드러난 펄 위로 석양이

    드리우고 세상이 모든 빛이 거기에 다 모인 듯 착각을

    일으키는 모습을 유년에 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이 들어 망해사를 찾은 어느 겨울날

    새만금공사로 인해 원초적 생명이 꿈틀대는 펄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갔는데 안개에 묻혀

    서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펄이 없어진 흉한 모습을 확인하고 실망하는 것보다는

    짙은 안개가 덮인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차라리 쓰린

    마음을 느끼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존재할 리 없으니 유한한 삶에

    잠시 망해사에 머무르며 안개에 묻혀도 좋지 않을까?

     

     

    (안개에 묻힌 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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