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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현정에 반하다클래식 음악 2022. 4. 8. 12:43
임현정 피아니스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음악 채널 TV
ORFEO에서이었다. 그때 한 말 중에서 가장 놀랐던 말은
‘악보를 보면 어떻게 피아노를 연주할 것인지 알 수 있다’
이었다. 연주자의 연주하는 모습은 다 다르다. 중국의 피아니스트
유자왕처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분방하게 연주하기도
하고, 문지영 피아니스트처럼 고요한 모습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피아니스트는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이었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연주할
때도 그렇고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때도 그녀만의 분위기와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임현정 피아니스트를 좀 더 알고 싶어 검색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SBS, NATV 등에서 그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13살에 프랑스를 유학을 가겠다고 부모를 졸랐다고 한다.
13살에 혼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 가겠다고
결심한 당찬 아이였다. 프랑스로 유학을 간 이유가
“라벨, 생상스, 포레, 뒤뷔스 같은 작곡가가 제 우상이었고
이 작곡가들이 공부한 학교, 그들의 고향에서 클래식 공부를
하는 것이 소망이었습니다.”이었다고 했다.
프랑스로 간 그녀는 콤피엔느 음악원을 다섯 달 만에
1등으로 졸업,
루앙 국립음악원을 3년 만에 수석 졸업,
그리고 파리 국립음악원 최연소 입학 등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경연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이랬다.
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심사위원이
자기가 알고 있는 참가자에게 상을 주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경연대회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왕벌의 행진’ 연주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4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속주는 어려운 게 아니다. 어려운 것은 속주 안에서 내가
의도하는,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 표현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녀가 어떤 연주자인지를 알게 해 주는 말이다.
피아노는 바이올린처럼 감정 표현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악기라고 한다. 건반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임현정이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치면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터키행진곡에서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아리랑 판타지를 연주할 때도 우리 민족의 한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10대 때는 쇼팽에 몰입했고,
그 후에는 베토벤에 몰입했다.
베토벤의 메모, 일기장, 편지, 관련 서적 등 베토벤의 모든
것을 구해서 읽었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어떤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그 작곡가의 삶의
모습을 철저히 알아야 그 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2곡을 제외한 곡을 26살에 EMI에서 녹음,
해설까지 했다고 한다.
그녀의 음반은 2012년 빌보드 클래식 차드 1위,
아이튠즈 클래식 차드 1위라는 한국인 연주자로서
최초로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녀는 많은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연주 때는
한 번도 연주하지 않은 곡을 넣는다고 한다.
“모든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해설, 심장, 손안에 완전히 흡수하고
싶다.”
그녀의 책 ‘침묵의 소리’에 대해 프랑스에서 이렇게 평했다.
‘세상의 끝에서 온 젊은 천재의 믿을 수 없는 여정’
내가 임현정 피아니스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다른 연주자들과
뚜렷이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곡도 신들린 듯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전통적인 연주를 우습게 만드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연주라는 게
나의 느낌.
그녀에게서 받은 첫 느낌은 열정과 밝음이었다. 클래식 연주자라는
무거움, 다가서기 어려운 위엄, 완고함 같은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편안한 이웃 사람의 모습이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활짝 열어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분야에서 그 시대의 흐름을
벗어나면 이단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문학, 미술, 음악 어디에서나
스승을 비판하면 그날로 그 사람은 낭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데도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자신만의 특유의 개성과 밝음을 간직한 채
꿋꿋이 가고 있다는 것은 그녀가 그만큼 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임현정 피아니스의 유튜브와 방송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클래식이 박제된 음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베토벤의 운명 1악장을 피아노만으로 연주할 때 알았다.
그 곡이 의도했던 의미와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것을.
요즘 미국‘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8살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리스트의 ‘초절기교’라는 곡을 연주한 것에 대해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 어린 나이에 우승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문지영 피아니스트가 제네바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도 18세였다.
그리고 다음 해에 부조니 콩쿠르에 입상했을 때는 19세였다.
6월 4일에는 벨기에서 클래식 세계 3대 콩크루의 하나인 퀸 엘리자세스 대회에서
최하영 씨가 첼로 우승을 했다. 우리는 땅도 좁고 인구도 그리 많지 않지만
클래식에도 뛰어난 천재나 영재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우리 조상의 피에는 음악 DNA가 잠재되어 있다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5월 30일 예술의 전당에서 1번부터
12번까지 연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그날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2,000여명의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고, 앵콜곡을 무려 10곡이나 연주했다고 한다.
임현정은 유튜브에서 미리 신청곡을 받기도 하고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연주도 한다고 한다.
또 즉석에서 청중의 기분에 따라 맞는 곡을 연주해 달라고 하면
거기에 맞는 곡을 연주해 주고, 맞는 곡이 없으면 자신이 거기에
맞는 곡을 즉흥적으로 연주해 준다고 한다.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대단한
연주자이고, 관객과 즐겁게 소통하는 마인드를
가진 아름다운 피아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5개국어를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고,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하는 것을
연주자가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라고 말하는,
피아노 연주의 천재 이단아!
그녀가 있어 행복하다.
임현정의 연주회 예매를 하다 보면 파격적인 할인 정책이 눈에 띈다. 임현정의 연주회를 주관하는 다나기획은 그가 직접 운영하는 기획사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더 깊고 넓게 예술을 향유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학생‧경로 50%, 청소년‧임산부‧장애인‧유공자 80%, 기초생활수급자 90% 등과 같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예술이 부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든 가까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임현정의 공연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여성신문 유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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