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달걀은 죄가 없다
    산문 2017. 9. 5. 21:03


       어린 시절 읍내에 5일장이 열리면 아버지는 짚으로 달걀 10개가 들어가는 꾸러미를 만들었다참깨나 들깨 등 이것저것 팔 물건을 보따리에 싸서 머리에 이고 신작로를 걸어가는 어머니의 뒤를 나는 아버지가 만든 달걀꾸러미를 들고 따라갔다. 시장에는 나를 유혹하는 눈깔사탕, 아이스케키, 호박엿, 셈베과자 등이 널려 있었다. 달걀꾸러미를 들고 오 리(2킬로미터) 길을 따라간 아들에게 어머니는 그 중 한 가지를 골라주었다.


      평소에는 먹을 수 없는 달걀을 소풍날에는 어머니가 도시락과 함께  두서너 개를 넣어주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면 달걀 껍데기를 벗기고 퍼렇게 된 노른자와 담백한 흰자위를 친구들과 함께 먹었다. 그 기쁨은 아픈 걸 참으며 이십 리나 되는 길을 걸어온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해 주는 맛이었다.

      또 가끔은 부모 몰래 닭장으로 들어간 달걀 한 개를 꺼내 주머니에 넣고 학교 앞 가게로 달려가서 딱총 화약을 사거나 과자로 바꾸어 먹곤 했다. 이렇게 달걀은 어린 시절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준 작지만 소중한 것이었다.


      그랬던 달걀이 대량 소비를 맞추기 위해 대량 생산 방법으로 점점 바뀌어가며 중요한 생필품이 되었다. 19701인당 달걀 소비량은 70개이었던 것이 2016년에는 268개로 늘었다고 한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공장형 케이지 닭장이 등장했다. A4 용지 3분의 2 크기에 닭 한 마리를 기르는 초소형 닭장으로 변화했다. 어릴 적 마당이나 텃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닭이 아니라 알을 낳은 기계로 전락한 닭들의 수난 시대가 되었다. 닭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살아야 하는 환경으로 변하고 말았다.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고 수십 년 동안 인간들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달걀을 생산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안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 잔인한 닭의 사육은 조류독감이라는 생소했던 병이 밀집형 사육장의 닭들에게 발생되어 살처분이라는 잔인한 방법으로 생매장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아야 했다. 2017년에는 3000만 마리가 넘는 닭들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생매장해야만 했다

     

      공장형 사육 방법은 조류독감과 함께 또 다른 재앙을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좁은 사육장 안에서 자라는 닭들에게 진드기가 달라붙자 사람들은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고 그 살충제를 먹은 닭들은 농약 성분을 고스란히 달걀로 배출하였다. 그 달걀을 소비자들은 싼 가격으로 사먹을 수 있었다. 싼 가격 뒤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을 사람들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그냥 무시하거나 모른 체 하고 지내왔다. 값이 일반 달걀보다 훨씬 비싼 친환경 달걀에서 더 많은 비율의 농약이 검출되는 했지만. 우리가 외면했던 살충제 달걀은 유럽에서 먼저 문제가 되었고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터지고 말았다.

    공장형 케이지 덕택으로 달걀 가격은 1980-1990년대에 한 개에 200-300원 하던 것이 지금도 일반 달걀의 경우 300-500원에 사먹을 수 있다.


      달걀 살충제 파동이 일어난 후 이를 더욱 크게 부풀리는 언론 덕에 일반 달걀을 물론 친환경 달걀에도 여러 가지 살충제가 들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육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얼마 동안 주부들은 달걀을 성큼 집어 들지 못할 것이다. 더 난감한 일은정부의 단속으로 얼마 동안 살충제를 뿌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육 방법을 바꾸지 않는 한 닭을 사육하는 사람들은 또 살충제를 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사육 방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살충제가 들어가지 않은 안전한 달걀을 먹을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복지형으로 닭을 키워 달걀을 생산하게 되면 수익을 맞추기 위해서 달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닭을 키우는 사람들은 달걀 가격이 지금의 두 배로 인상되어도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한다. 닭에 살충제 뿌리는 것을 전면 금지해서 복지형으로 닭을 사육하게 되면 달걀 가격은 많이 오르게 될 것이다. 달걀 하나에 2000-3000원씩 할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인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달걀에도 양극화가 적용되어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은 달걀 하나 마음 놓고 사먹을 수 없는 형편이 될 것 같아 씁쓸하다.

       닭을 키우는 사람들의 방법이 잘못되어 결국 살충제까지 먹게 되었는데 앞으로 살충제를 먹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서민들은 식탁에서 달걀을 보는 날을 줄여야 할 것 같다.


                                    **통계는 시사인 2017년 9월 2일에서 인용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드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0) 2017.10.11
    빽·빽·빽  (0) 2017.09.14
    대통령이 신이기를 바라는 사람들  (0) 2017.09.01
    돌아온 세월호  (0) 2017.04.03
    팽목항에서  (0) 2017.03.2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