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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이 신이기를 바라는 사람들
    산문 2017. 9. 1. 14:07



       성난 시민들의 지속적인 촛불 시위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어 피의자의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 역사가 서구에 비해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시위로 시민들의 뜻을 표현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통해 합법적인 과정과 절차로 최고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 일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큰 사건이었다.


       20173101122분 헌법재판소에서 역사적인 판결문이 낭독되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판결문에 환호한 사람들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민주주의를 채택은 하고 있지만 독재나 그보다 혹독한 전체주의 수준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커다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헌법과 법을 위반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데, 국가적으로나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으로나 지극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후 빠르게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59일 대통령이 된 문재인은 다음 날인 510일부터 2달 동안의 인수위원회도 활동 하지 못한 채 바로 대통령 직무를 시작하였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된 지 100여일이 지났다. 이제야 대통령을 보좌할 장관들의 진용이 갖추어졌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통령이 추구하는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그간 장벽처럼 견고하게만 여겨졌던 일들을 일사천리로 해결해 나가며 국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지난 9년여 동안의 정치에서 국민들이 분통터지고 화가 났던 일은 힘없는 국민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더 나아가 적처럼 대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책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 때문이었다. 또 언론을 장악해서 감시와 견제로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들이 정권의 입맛에 쏙 드는 보도만을 일삼았다. 그 과정에서 비판적 프로그램이 사라졌고 많은 언론인들이 전문분야가 아닌 곳으로 발령이 났다. 뿐만 아니라 관변단체들에게 돈을 지원해주고 정부를 지원하는 시위를 하도록 부추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고 시민들이 환호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하는 일.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 대한 180도 달라진 태도, 국정교과서 폐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화력발전소 일시 중단, 원전 건설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재검토, 가습기 살균제 가족에 대한 의견 청취와 해결 방안 고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조사 등 도저히 바뀔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이 세 달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우려할 만한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기대가 큰 탓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마치 신이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고 일시에 많은 요구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국가 공무원, 군인, 공공기관의 구성원과 장, 언론기관의 구성원, 국회의원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류층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언제 어떤 형태로 반격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이 아닌데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다 해결할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너도나도 나서게 된다면 결국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좀 더 차분한 이성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지극히 비정상적이었던 지난 9년 동안의 어둠에서 상식이 통하는 나라, 공정한 나라, 힘없는 사람들도 개나 돼지 취급을 받지 않는 정의로운 나라로 가기 위한 길을 닦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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